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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월 18일] '과유불급' 식품안전관리

올 초부터 식품 이물사건과 신고가 꼬리를 물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우리 식품 기업이 그동안 신제품 개발, 생산성 향상, 그리고 이윤 극대화 등에 초점을 맞추느라 이물 제거, 위해 인자 저감화 등 소위 안전성 확보기술의 도입과 관리를 등한시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가 최근 일련의 이물사건으로 곪아터져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문제시되지 않았던 사소한 사건들도 분위기에 편승해 침소봉대되는 추세라 식품업체는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 식품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여론을 등에 업은 관리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산업의 목을 죄고 있다. ‘이물’이란 자연스레 식품에 혼입될 수 있는 것이며 100% 예방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미국 등 식품안전 선진국조차도 이물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고의성이 없고 위해성이 낮은 단발성 이물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산업이든 행정이든 식품안전 후발국이다. 식품을 상품화하기 시작한 것도 늦었지만 수출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식품위생법도 경쟁국에 비해 늦은 지난 1962년에야 공포됐다. 제조물 책임(PL)법도 필리핀(1992년), 중국(1993년), 일본(1994년)보다 늦은 2002년에 입법화됐다. 리콜제도 역시 지난 1995년에 입법화됐는데 미국은 4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설치된 것도 겨우 10년 남짓이며 조직의 규모도 선진국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최근 정부는 우리 산업이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식품행정의 역사가 가장 길고 엄격한 유럽 기준을 겁 없이 도입한다는 비난을 받아오던 차에 이번 ‘식품이물보고 및 조사지침’의 시행은 선진국도 시행하지 않은 제도라 ‘안전관리 선진화 시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여론을 의식, 급하게 만들어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다. 물론 이 제도는 산업의 식품안전관리기술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정부는 지속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어 합리적 제도가 마련되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 제도는 올바른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장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즉 우리 정부는 기업은 신뢰하지 않고 소비자는 항상 약자이고 무지해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식품안전 담당 조직은 너무 작아 시급하고 중요한 일에도 역량이 부족하다. 아무리 등급을 정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이물사건마다 신고를 받아 평가하고 해결하는 것이 정부에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물 문제는 비교적 위해성이 낮고 단발성이라 정부가 긴급히 나서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또한 소비자원 등과 같은 중계자가 있지 않은가. 시장에서의 해결이 원활하지 않을 때만 정부가 나서야 한다. 법과 제도가 시장을 이끌기 위해 먼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수입식품의 안전성 확보 등 국민이 훨씬 불안해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이제 막 수출을 시작하고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국내 제조업체의 발목을 너무 심하게 붙잡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정부는 조속히 시장과 역할을 분담해 믿고 맡길 부분은 맡기고 민간이 해결 못하는 위해평가ㆍ위해관리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문만 집중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더 이상 낮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인기용, 위기 모면용 관리행정을 해서는 안된다.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소신껏 추진함으로써 소비자와 사회구성원을 이해시키고 학습시킬 수 있는 실력과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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