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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4단계 훈련, 국산항공기로 라인 업

공군 KC-100 국산 소형항공기 23대 2년간 도입

조종사 양성과 장비 유지 운용에 유리

[권홍우 기자의 밀리터리 레터]

KC-100. 비행교육 입문과정에 러시아제 T-103기를 대체할 기종으로 2006년까지 23기가 도입될 예정이다./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국산 프로펠러 항공기 KT-1. 기초교육과정을 맡는 이 기종의 파생형으로 약간의 무장을 장착한 전술통제기도 운용되고 있다./사진=공군

공군의 고등훈련기 T-50. 최초의 국산 초음속기로 조종사 양성의 핵심이며 미국 공군을 비롯한 세계각국의 훈련기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사진=공군

전술입문과정의 학생 조종사들의 훈련기종인 FA-50. 여기까지 과정을 마친 학생 조종사는 비로소 빨간 마후라의 정식 조종사 자격을 부여받는다. FA-50은 경공격기 기능도 갖고 있어 유사시 전력으로 활용 가능하다. 조종사의 훈련기종을 모두 국산으로 통일한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다. /사진=공군

러시아제 훈련기 T-103. 가격이 저렴한데다 성능도 수준급이지만 부품 공급과 적시 정비의 문제로 도태되고 국산 KC-100로 대체될 예정이다./사진=공군

공군이 국산 소형 항공기인 KC-100을 내년부터 2년간 23대 도입합니다. 겉보기에 이 사업은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사업규모라야 2년간 293억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투자 금액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산 소형항공기 KC-100은 국토항공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도해 개발한 신기종인데요. 성능도 성능이지만 부품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십분 발휘될 수 있습니다. 외국제 군용기는 한번 고장 나거나 부품에 이상이 있으면 정비하거나 부품을 공급받는데 장시간이 소요됩니다. T-50의 제한적 성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공군의 고위장교들도 정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에 대해서 만큼은 만족하고 있습니다.

공군의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기체에 이상이나 하자가 있다면 교육의 질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조종사가 신뢰하지 못하는 기체는 사고는 물론이요, 궁극적으로는 군의 전투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KC-100의 도입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공군이 조종사를 양성하는 과정은 4단계인데요. 모두 28개월이 걸리는 교육의 처음은 비행교육 입문과정입니다. 지상학술 2주와 비행훈련 9주 등 11주 동안 교육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 투입될 항공기가 바로 KC-100입니다. 다음 단계인 기본과정은 35주(지상학술 3주, 비행훈련 32주)가 걸리는 데 국산 프로펠러 훈련기인 KT-1이 활용됩니다. 32주 동안 진행되는 고등과정에서는 국산 초음속 항공기인 T-50이 투입됩니다. 최종 단계인 전술입문과정에서는 FA-50으로 조종 훈련을 받습니다.

위의 네 과정에 투입되는 기체가 모두 국산입니다. 이런 라인업을 지닌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영국과 이탈리아, 러시아와 중국 정도입니다. 미국이 아직까지는 교육 전 과정을 자국산으로 채우고 있으나 얼마 안 지나면 고등훈련기를 외국산으로 교체해야 할 처지입니다(우리나라의 T-50이 대박을 거둘 수 있을지가 바로 미 공군의 훈련기로 채택되느냐 못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KC-100 도입 이전에 어떤 상황이었는가를 말씀드리죠. 입문과정에 투입되는 항공기는 T-103입니다. 러시아 일류신 설계국이 설계해 미코얀 설계국이 생산하는 IL-103을 수입해 한국공군의 제식명칭을 부여한 기종입니다. 초도 비행이 1994년인 비교적 신기종입니다. 우리나라는 불곰사업(러시아 차관상환)의 일환으로 2004년 23기(한대가 2011년 추락해 현재는 22기 운용)를 들여왔으니 10년 정도 사용한 셈입니다.



30년을 넘어 40년 된 군용기가 수두룩한 한국 공군에서 10년이라면 결코 오래 사용한 게 아닙니다. 사용기간도 얼마 안되고 가격도 싸며 성능도 크게 하자가 없는 T-103을 공군이 교체하려는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습니다. 1994년부터 생산된 IL-103의 총생산수량이 한국 공군의 사용기체까지 합쳐 66대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부품 수급에 문제가 있습니다. 2011년 T-103이 추락해 교수 조종사와 학생 조종사가 순직한 이유도 정비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정비 요소가 발생했는데 러시아 기술진이 꾸물거리는 통에 한국공군 정비사들이 단독으로 정비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적이 있습니다. 물론 공군의 정비사들이 잘못 정비해 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결론나지 않았습니다만, 공군은 부품의 적시 공급과 상시 정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외국산 군용기의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부품 공급이 늘어진다는 점은 보통 큰 문제가 아닙니다. 심한 경우 정비병이 갓 입대할 때 신청한 부품이 제대할 무렵에야 도착하는 경우까지 있었답니다. 공군이 오랫동안 운용한 미국산 기체들의 경우 그래도 사정이 좀 낫지만 다른 국가에서 사들여온 군용기들은 공군을 괴롭혀왔습니다. T-103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국산화를 결정한 겁니다.

KC-100의 가세로 공군 조종사의 교육 전과정을 국산항공기가 맡게 됐다는 사실은 정비와 유지 관리 운용이 빠르고 정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조종사 교육의 질도 당연히 높아지겠죠. 이렇게 배출된 조종사들의 기량과 자신감도 한 단계 높아지리라 기대합니다.

다만 남은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생산량이 보다 많아져야 합니다. 정부는 우선 공군의 수요를 채운 다음에 정부부처와 기관에 나라온(KC-100, 군의 제식명칭은 T-100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을 공급하고 항공관련학과가 있는 대학과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보다 원활한 부품 수급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수요가 필요합니다. 경량에 연비까지 좋아 서울서 일본은 물론 중국의 주요 도시도 다닐 수 있는 나라온의 수출 활성화 전략이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나라온이 이름 그대로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랍니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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