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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미생지신


옛날 중국 노나라의 미생이라는 청년이 다리 밑에서 한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기로 한 애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장대비에 강물이 차오르는데도 여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 마침내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미련한 처신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마냥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그래도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는 남았다.

△지난 2010년 세종시의 미래를 둘러싸고 수정 논란이 한창일 때 한나라당 대표였던 정몽준 의원이 미생지신을 들어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했다. "미생이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데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익사했다"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어리석음을 꼬집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공약해선 안 되는 것이었고, 소신이나 생각이 변했다면 판단력의 오류"라고 응수했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세종시 원안은 지켜졌고 3년 뒤 박 전 대표는 신의를 소중히 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과 함께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미생지신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부메랑을 던진 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대표다. 30일 박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무공천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제안하며 "지금 박 대통령께서는 미생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4년 전 미생의 입장이라면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말꼬리 잡던 안 대표가 이젠 당내에서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고사에 빗대져 비판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송나라 양공이 강을 사이에 두고 적을 맞이했을 때 진형이 흩어진 적을 두고 당장 공격하자는 부하의 청을 "어찌 군자가 아직 준비도 되지 않은 적을 치겠냐"며 물리친 데서 나온 고사다. 여당이 기초선거 공천방침을 수정한 마당에 무공천을 고집하는 것은 송 양공처럼 미련한 짓이라는 게 당내의 쓴소리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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