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린 여야 =오전 8시 30분 국회로 출근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정의화 의장의 집무실로 향했다. 새누리당의 본회의 단독 개최를 반대하는 정 의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9시경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와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장 집무실에 들어서면서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이 성사됐다.
대화가 시작되기 전 정 의장은 “저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여러가지를 다각적으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청문절차가 끝난 만큼 좀 더 당당하게 청문절차를 다 밟아서 당당하게 의견을 제시해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그것이 본회의에서 전 의원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이 될 수 있도록 그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회동에서 정 의장은 이날 본회의 개최를 원하는 새누리당과 23~24일 본회의 개최를 원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을 절충해 일정을 연기하되 설 연휴 전인 13일, 16일에 본회의를 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지도부는 각자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고 오후에 다시 만나 합의점을 찾기로 했다.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수렴에 나섰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본회의 일정을 연기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지금 야당이 당초에 합의한 약속을 어겨가면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원내지도부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고 그런 점을 충분히 감안하셔서 우리 전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10시 30분에 시작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는 우윤근 원내대표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인준동의안을) 일방 처리해서는 안되고 이것은 전례도 없는 일이다”라며 여당의 이완구 후보자의 인준 강행 방침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정의화 의장은 오전 국회 대변인을 통해 본회의는 이날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여야의 최대 쟁점이었던 본회의 일정이 확정되자 여야는 다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위해 필요한 절차인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결국 새누리당의 뜻대로 관철됐다. 당초 10시로 예정돼 있던 보고서 채택을 위한 특위는 야당의원들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특위 여야 간사는 원내지도부 간 협상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여당 단독 처리 = 그러나 오후 들어 다시 진행된 여야 원내지도부의 회동도 다시 성과 없이 끝나자 새누리당은 본회의 예정 시간(2시) 전인 1시 50분에 특위 전체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 같은 방침을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통보했다.
특위 회의장에서 한선교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의를 시작하자 진성준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서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지지 않고 맞서며 양측의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 단독으로 진행된 특위에서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16일로 타협, 여야 절충 결과 = 오후에 다시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소속의원들의 뜻을 모은 여야는 지도부 간 물밑 협상을 이어갔다. 예정된 시간인 2시부터 본회의장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여 한때 인준안에 대한 단독처리가 점쳐졌으나 결국 여야는 오후 4시경 16일에 본회의를 열어 인준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결과는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처리 시기를 둘러싼 청와대와 여야의 복잡한 셈법이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청와대는 설 연휴 전까지 조속한 총리 임명과 개각을 계획했다. 새누리당 역시 한발 물러서는 대신 설 연휴 전에는 인준안 처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가족ㆍ친지들 간 만남을 통해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설 연휴 전까지 당ㆍ청을 향해 악화된 민심을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도 설 연휴 이후로 인준안 처리를 미루자는 입장 관철에는 실패했으나 처리시기를 일부 늦춤으로써 명분을 챙긴 결과로 평가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