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SNS 줄이고 여유 시간 늘려줘야 책과 친해져요"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원작자로 더 잘 알려진 앤 파인, 그리고 아동 판타지소설 '율리시스 무어' 시리즈의 작가 바칼라리오. 지난 8~12일 경남 창원에서 진행된 '2014 세계아동문학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두 작가는 모두 한국이 처음이다. 전 세계 수십개국에 책이 번역되고 700만~800만 부 넘게 팔린 두 아동작가를 만나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하는 법'을 물었다. 다소 표현은 달랐지만 접근법은 비슷했다. 어린 시절 한가로운 아이가 책과 친해지고, 요즘처럼 다른 유혹이 많은 세상에는 부모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폭설이 내린 겨울날 도서관도 못 갈 지경이 되니, 책을 읽고 싶어 동동거리다 직접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그게 이어져 작가가 된 거죠.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문학의 즐거움과 편안함, 중요함을 가르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부모가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영국 아동작가 앤 파인(67·사진 왼쪽)은 지난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독서율이 빠르게 감소하는 게 끔찍하다고 했다. 작가로서의 위기감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다. 그가 독서율 급강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실 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쓰지 않는다. 인터넷에 시시콜콜 사생활을, 이를테면 자기 고양이 얘기까지 쓰는 심리를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게 피해온 주제지만, 이제 돌파할 마음이 생겼다. 다음 작품이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모든 생활을 바로 공유하고 친구들의 반응을 봅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니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성찰하는 능력이 부족해요. 끔찍한 일이죠. 사람은 과거 미성숙한 부분을 버리고 계속 변해야 하는데, 이미 주변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아는 지금엔 굉장히 어려워요. 이런 소통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얘기하고 싶습니다." 국내에는 이름이 낯설지만, 앤 파인은 전 세계적으로 2억2,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원작자다. 카네기 상과 휘트브레드 어린이 소설상을 두 번씩이나 받고, 가디언 어린이 문학상과 스마티즈 상도 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돼 8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작가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책을 주로 썼지만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다. 50여 권이 넘는 작품에는 죽음, 이혼가정, 성차별, 우정 같은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작가의 역할은 세상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죠. 어둡고 복잡한 주제지만 읽을 수 있게 쓰는 건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세상에 대한 극단적으로 어두운 시각을 갖고 있지만, 기질적으로는 쾌활하고 유쾌한 편입니다. 그래서 제 소설은 어둡게 시작해서 웃음이 나는 내용을 담죠.(웃음)"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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