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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략 대가의 야바위 정치를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나요.”(김희정 청와대 대변인)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대한민국 정치가 도를 넘는 막말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야의 일상적인 독설 주고받기에 이제는 청와대까지 가세한 실정이다.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발생한 총격사고 이후 독설정치에 대해 반성하는 미국 정가의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욕설을 방불케 하는 인신공격은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을 불러와 정치권 스스로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는 게 전문가와 여야 의원들의 토로다. 특히 청와대까지 가세하는 것은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증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청와대는 민주당과 연일 말의 전쟁을 펼치는 중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석현 의원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차남 특혜설과 관련, 청와대 출처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치면서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이간질하는 반간계(反間計)를 쓰고 있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웠다는 박 원내대표의 이런 모습을 김 전 대통령이 하늘나라에서 보고 미소를 지을지, 미간을 찌푸릴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김 전 대통령을 정치적 스승으로 여기는 박 전 대표를 꼬집은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 역시 19일 “모략의 대가인 박 원내대표의 ‘야바위 정치’를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느냐”며 맹비난했다. 한나라당도 안형환 대변인이 “청와대를 거론하면서 여권 분열을 획책하는 듯한 모습에 정말 기가 차다”면서 박 원내대표를 향해 ‘꼼수 정치’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민주당 역시 같은 ‘등급’의 말로 응수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1급짜리 청와대 대변인 얘기 가지고 우리 당 대변인 두 분이 말씀했기 때문에 저는 그냥 웃고 넘기겠다”고 비꼬았고 19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야당 원내대표에게 이런 저속한 말로 비난하면 똑같은 말로 응대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청와대를 탓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26일 “헛소리하는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나”라는 말을 한 천정배 최고위원은 국가내란죄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품위 있는 언어를 하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김성곤 민주당 의원실 요청으로 정성호 동명대 언론영상광고학부 교수팀이 지난 2010년 1월1일부터 5월30일까지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의 연설과 토론에 활용한 언어를 분석한 결과 진보신당과 충청남도 국회의원의 원내 언어수준이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설적인 화법을 자제하는 충청 지역의 언어 습관과 제 1야당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여당에 상대적으로 강경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 의원과 정치 전문가들은 막말 정치는 자기 편을 자극할 뿐 정치적 생명력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정치언어 순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일치를 위한 정치 포럼’의 공동 대표인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막말을 하면 한쪽 편이 환호성을 지른다고 해서 자기편의 광기만 바라보는 것은 구태정치”라면서 “같은 비판과 독설에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인간에 대한 존중이 깔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민주당의 대변인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말의 성찬이 아니라 진짜 싸움을 하고 있다”며 “과거엔 야당이 공격하면 여당이 수비하는 형태였는데 지금은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서로 직설적으로 공격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 학회장인 정성호 동명대 언론영상광고학부 교수는 “정치인 개인의 소양은 훌륭하지만 당에 속해 쓰임새를 보여야 공천을 받는 구조 속에서 악순환이 나타난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막말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무관심을 낳아 정치인 스스로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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