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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박한 풍경이다. 투박한 초가와 회색 담벼락, 옷가지가 늘어진 빨랫줄, 우물가 주변의 아낙들과 소녀, 그리고 그 앞을 무심히 노니는 닭 두 마리. 박수근의 '우물가'에는 그 옛날 곤궁하지만 순수했던 삶의 풍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한국의 국민화가'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한국의 풍경과 정서를 향토적인 색채로 잘 표현한 박수근. 그는 어린 시절 밀레의 '만종'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 그가 화폭에 담은 사람냄새 물씬 나는 서민들의 모습은 바로 그때의 감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감을 겹겹이 쌓아 만든 화강암 같은 거친 화면과 거기에 담긴 평화로운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물씬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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