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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공허한 까닭

정부가 11일 내놓은 공공기관 개혁안은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상화'로 이름 붙인 이번 대책은 부채와 복지후생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고 빚과 복지수준을 줄이지 못하면 경영평가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각종 불이익을 준다는 게 골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익히 봐온 것들이다. 가짓수는 많아도 피부에 와 닿는 게 없다.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혁의 시발점이 되는 인사 정상화 방안이 빠진 탓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파티는 끝났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낙하산 파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하는 그 순간에도 도로공사를 비롯한알짜 공공기관장에는 정치권 백수들이 줄줄이 연줄을 타고 내려갔다. 이러고서는 방만경영을 수술할 명분과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마다 공공기관개혁을 외쳤건만 번번이 실패한 연유이기도 하다. 이런 대책으로 방만경영을 근절할 수 있다면 공공기관 문제는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부채감축 계획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책임을 공공기관에 죄다 뒤집어씌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LH와 수자원공사가 각각 4대강과 보금자리사업에 무리하게 동원되면서 빚더미에 오른 것은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빚을 늘리도록 방치한 정부의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부채감축에 실패한 공공기관장을 해임하겠다는 것은 책임회피밖에 안 된다. 낙하산으로 내려가 정치권의 비호를 받는 기관장의 목을 날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채감축을 주문하려면 공공기관을 국정과제 이행수단쯤으로 여기는 잘못된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하는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차원의 대책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개혁의 성과를 제대로 내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이 낙하산인사 근절 다짐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자면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정부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지금이 바로 결단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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