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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만은 막자" 전격협상…94년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2008-09-15 17:25:25
수정
2008.09.15 17:25:25
美정부, 시스템 붕괴우려 적극 권유<br>이사회 멤버중 단 한명도 반대 안해<br>인수한 BoA는 초대형銀 거듭날듯
한때 세계 최대 증권사임을 자랑하던 메릴린치가 마침내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넘어가 94년 역사를 접게 됐다.
메릴린치의 회사 매각은 지난 12일 저녁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참가한 월가 회의에서 “더 이상 구제금융이 없다”는 최후통첩을 듣고 14일 BoA와 장장 11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이뤄진 것이다. 양사 간 합병 합의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뉴욕 월가의 금융 시스템 붕괴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만큼 위기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BoA의 메릴린치 인수 가격은 주당 29달러, 총 500억달러로 결정됐다. 메릴린치의 지난주 말 종가가 17.0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70%의 프리미엄을 쳐준 것이다.
특히 메릴린치 이사회 멤버 중 단 한 명도 합병에 반대한 사람이 없었을 만큼 상황은 긴박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협상에 실패했을 경우 월요일 증시에서 주가가 폭락할 것을 우려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기 때문이다.
BoA는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곳으로 지목됐지만 연방정부가 리먼의 부실 자산에 대한 보증 등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자 메릴린치 인수로 선회했다. 리먼 충격으로 금융시장 붕괴를 우려한 미국 정부도 BoA에 메릴린치를 인수할 것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BoA는 메릴린치 인수로 최대 소매은행에서 주식ㆍ채권 발행, 인수합병(M&A) 자문 등 투자은행(IB), 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초대형 은행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신용위기 관련 상각규모가 52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같은 기간 손실규모도 2000년대 들어 거둔 이익의 절반에 맞먹는 140억달러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주가마저 연일 폭락, 위기감을 키웠다. 라덴버그탈먼의 리처드 보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메릴린치가 리먼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며 “메릴린치로서는 BoA와의 인수 협상을 통해 파국을 막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한 미국 최대 보험사 AIG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JC플라워스와 자본조달 협상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IG는 세계 최대 항공 관련 리스 자회사인 인터내셔널리스파이낸셜의 매각 등이 포함된 자구책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월가의 한 소식통은 “AIG가 뉴욕 사무소에서 사모펀드들과 만남을 가졌다”며 “AIG는 자본 조달을 위해 JP모건체이스ㆍ씨티그룹, 블랙스톤그룹을 자문사로 선정했으며 여러 가지 옵션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12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AIG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G는 지난 3분기 동안 총 185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으며 그 결과 올 들어 주가는 79%나 폭락했다.
이미 모기지와 관련, 425억달러가량을 상각처리한 스위스 최대 은행 UBS도 50억달러를 추가 상각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신용위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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