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한미자 지음, RHK 펴냄)
어머니는 부엌에서 동백 기름을 짜내다 팔며 생계를 책임졌다. 그녀는 자신을 닮아 장사 수완 좋던 16세 아들에게 속내를 전한다. “내 일을 거드는 게 아니다. 네게 일을 주는 것이다.” 원료를 사러 개성에서 서울 남대문 시장까지 190리 길을 자전거로 오가던 열혈 소년은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훗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의 창업주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책은 지난 2003년 별세한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서성환 전 회장의 일대기를 담았다. 동백 기름 짜던 광복둥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창업자 서성환이 겪어야 했던 도전과 좌절, 극복 과정이 담겨 있다. 어머니 윤독정 여사가 물려준 의(義)·신(信)·실(實)이라는 개성상인의 ‘삼도훈(三道訓)’을 몸소 실천했던 경영인. 책은 서 전 회장의 일대기를 통해 기업가의 도전의식과 직원과의 공생 주의를 강조한다. 특히 철학과 정신이 아닌 재산의 상속만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의 기업 현실에 묵직한 메시지를 건넨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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