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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0월 4일] 통신업계의 동업자 의식
입력2010-10-03 17:22:27
수정
2010.10.03 17:22:27
지난 9월27일 아침 통신업계 출입기자들의 인터넷 메일함에 KT발(發) 메일이 도착했다. 9월30일 목요일 오전에 인텔과의 와이브로 협력 강화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석채 KT 회장과 인텔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첨부됐다.
순간 같은 날 경쟁업체인 LG유플러스에서도 탈통신 프로젝트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기로 한 사실이 떠올랐다. LG유플러스는 일주일 전에 기자들에게 30일 간담회 개최에 대해 미리 고지를 한 터였다. '왜 굳이 같은 날 행사를 하기로 했을까. 다른 날로 정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라고 이해해보려 했지만 자꾸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동안 이런 일이 발생한 게 한두 차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통신업계를 담당한 후 지난 10개월여간 똑같은 일이, 기억나는 건만 네 번 이상이다.
그때마다 먼저 행사 개최 사실을 알린 측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리가 먼저 택일했는데 남의 잔치에 재 뿌리는 것도 아니고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대해 상대 측은 '무슨 소리냐'며 반박하기 일쑤다. "사정이 있어 외부에 미리 알리지 않았을 뿐이지 실은 우리가 더 일찍 행사 일정을 잡았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공방에는 상대 쪽에서 우리 행사 계획을 파악해 선수를 친 것이라는 음모론이 약방의 감초처럼 제기된다.
선의의 경쟁은 좋은 것이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모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올 들어 통신업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요금인하 경쟁을 벌이는 게 좋은 예다. 초당과금제, 가족할인요금제,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도입 등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는 요금인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요금을 내려도 경쟁력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업체들의 자신감의 표현이다. 또한 가격이 싸지면 소비가 늘고 이는 결국 기업의 매출 및 이익 증가로 연결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경쟁에도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딱히 차별성이 없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발표 시기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특히 남이 먼저 잡은 잔칫날에 뒤늦게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경쟁에 자신이 없는 하수의 전략이다. 상대방을 골탕 먹여 당장은 성공을 거둔 듯 보이지만 얼마 안 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업계 전체 이미지가 실추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에게도 마이너스다.
이석채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주요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내 서비스하는 게 진짜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철학이 요금인하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이런 노력들이 간담회 날짜 눈치보기 등 잔머리 굴리기(?) 경쟁으로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업체 스스로 단속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 속에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동업자 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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