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닳아 없어지는 사랑을 하고 싶다."
대하소설 '대발해' 출간 후 7년10개월 만에 연애소설로 독자를 찾은 김홍신(68·사진) 작가는 여전히 사랑을 꿈꾸고 있었다.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 한 번의 사랑'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사랑이 다시 찾아온다면 어떤 사랑을 하고 싶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 작가에 따르면 영혼이 닳는 사랑이란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날카로움에 다쳐 쉽게 물러나지 않고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랑을 말한다.
그가 바라는 구체적인 사랑의 모습도 제시했다. "처음에는 지독하게 뜨거워 몸에 불이 붙고 가시에 찔린 듯했으면 좋겠고 시간이 지나면 따뜻하고 평온하고 자유로워 물이 흐르는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는 순수함은 창작 열정에 기름을 부었다.
김 작가는 "누구에게나 다 자기 혼을 끄집어내 제대로 (사랑) 한 번 해보고 싶은 갈증 같은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이야기를 제대로 한 번 써보고 싶었다"며 신작 출간 이유를 설명했다. '단 한 번의 사랑'은 순정한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한 시인이자 교수인 홍시진을 첫사랑의 여인 강시울이 애타게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20대 초반 미모의 여배우로 대중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도 '가난뱅이' 시인인 시진에게 헌신했으나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모습을 감추고 1년여 만에 재벌가 자제와 결혼함으로 절망만을 안겨주고 떠난 시울. 시진을 사랑하지만 시울이라는 여인 때문에 상처를 받아야 하는 서다정. 두 여인과 한 남자의 삼각관계는 소설의 긴장감을 높인다.
시진과 시울의 이별 뒤 감춰진 재벌가의 비리, 시울이 말기암에 걸려 6개월이라는 시한부 생이나마 그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 등이 시진을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붙이며 소설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김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영혼의 상처는 향기를 만들거나 흉터를 만든다"며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좌절과 분노와 같은 흉터로 남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다정이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결국 시진과 시울의 영혼결혼식을 올려주는 장면을 통해 다정의 상처는 흉터가 아닌 향기로 남게 된다.
연애소설에 대한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앞으로도 사랑 이야기를 제대로 쓰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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