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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미디어시장 거대 공룡만 남나

AT&T, 위성방송업체 디렉TV 50조원에 인수

통신·방송 융합 트렌드 반영… 업계 2위 AT&T도 몸집 불려

유료방송시장 2위로 떠올라 합병심사 독과점 논란 불가피


미국 2위 통신 업체 AT&T가 위성방송 업체 디렉TV(DirecTV)를 약 50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통신미디어 업계에 또 하나의 '거대 공룡'이 탄생함을 의미하며 인수합병(M&A)은 전세계 통신 업계가 소수 대규모 업체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AT&T와 디렉TV는 18일(현지시간) 총 485억달러(약 49조7,000억원)에 AT&T가 디렉TV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고 양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디렉TV의 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총 인수 가격은 67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이번 거래가 규제당국의 심사를 거쳐 12개월 이내에 완료될 것이며 합병완료 시점으로부터 3년 후에는 16억달러 수준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M&A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통신과 방송업계 간 융합 트렌드를 반영한다. 마이크 화이트 디렉TV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M&A로 미국 소비자들은 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묶음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M&A는 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 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AT&T의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AT&T가 영상서비스에 승부를 걸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미디어 업계의 인수합병이 계속되는 상황에 통신 업계 2위인 AT&T 역시 몸집 불리기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미 유료방송 업계 1위 컴캐스트는 지난 2월 타임워너케이블을 4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미국 3위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넥스텔은 T모바일의 미국법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리처드 그린필드 BTIG 미디어분석가는 "미디어 업계가 올 들어 지난 10년을 합친 것보다 더 크게 요동치고 있다"며 "모든 업체가 미디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AT&T는 이번 M&A로 미국 유료방송 시장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디렉TV는 미국 내 가입자 수 2,000만가구를 보유한 위성방송 업계 1위 업체다. 여기에 AT&T의 유료방송 가입자 600만가구를 합하면 단숨에 가입자가 2,600만가구에 이르는 거대 미디어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디렉TV는 라틴아메리카에서도 1,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M&A의 목적은 미국에 의존하는 AT&T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사 합병은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AT&T의 유료방송 서비스인 'U버스'는 미국 내 22개주에서 디렉TV와 경쟁하고 있으며 경쟁사업자가 줄어드는 만큼 가격 인상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 내 소비자단체들은 벌써부터 당국에 합병심사 불허를 요구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미국 규제당국은 TV와 인터넷서비스에서 소수의 몇몇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법사위도 M&A 소식 발표 후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지 면밀히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유료방송 시장에서 AT&T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라이트먼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0.1% 줄어든 9,460만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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