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사는 이모씨(38)는 집에 유선전화가 있지만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전화 보다는 휴대폰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유선전화 9월 청구서에 찍힌 내역을 보더라도 부가서비스를 제외한 순수 통화료는 1만1,729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시내전화 통화료는 1,911원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시외나 이동전화와의 통화요금이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것도 줄여야 한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인터넷전화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바꾸는 것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일반전화를 사용중이다. 이제 이씨와 같은 고민은 곧 사라질 전망이다. 오는 10월말부터는 쓰던 일반전화의 번호를 인터넷전화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는 번호이동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번호에 대한 고민 없이 싸게 전화를 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인터넷전화 출발부터 저렴= 인터넷전화의 장점은 전화료가 일반 전화에 비해 크게 싸다는 것이다. 우선 가입비와 기본료를 보자. 일반전화의 가입ㆍ설치비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3~6만원선이다. 하지만 인터넷전화의 경우 1만원이면 된다. 또 일반전화의 기본료는 KT와 SK브로드밴드 모두 5,200원으로 단일화돼 있다. 반면 LG데이콤과 KT,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인터넷전화의 기본료는 모두 2,000원이다. 이씨가 만약 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꾼다면 가입 순간부터 최소한 2만3,200원 이상의 비용이 절감된다. 물론 일반전화나 인터넷전화 모두 약정을 선택하면 가입ㆍ설치비를 무료로 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료 인하 혜택은 누릴 수 있다. 시내통화료의 경우는 일반전화와 인터넷전화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일반전화는 3분당 39원, 인터넷전화는 38~39원이다. 1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집전화로 시내전화를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시외ㆍ국제전화 ‘비교를 거부한다’=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시외 및 국제전화 분야다. 인터넷전화는 기본적으로 전국 단일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서울의 사용자가 시내로 전화를 하든, 부산이나 대전으로 전화를 하든 3분당 38원 또는 39원(KT의 경우)이라는 똑 같은 요금이 적용된다. 반면 똑 같은 3분을 기준으로 할 때 KT 전화의 경우 30km를 초과하는 시외지역에 전화를 걸 때 261원, SK브로드밴드는 250원을 부과한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인터넷전화로 시외전화를 하는 경우 일반전화보다 80% 이상 저렴하다. 물론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KT 일반전화로 30km이상의 지역에 시외전화를 할 때는 10초당 14.5원씩 부과된다. 따라서 20초 이하의 짧은 통화를 할 때는 오히려 인터넷전화보다 쌀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전화의 평균 통화시간이 대략 1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절반 이상 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전화의 경우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다. 일반 전화는 각 국가에서 접속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전화료가 비싸지만 인터넷전화는 회선 자체가 국경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전화의 국제통화료는 분당 50원에 불과해 KT 전화에 비해 최고 20배까지 싸다. 이동전화 톨화료도 일반전화(10초당 14.5원)에 비해 20% 정도 싼 10초당 11.7원에 불과해 사용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당 집전화 비용 절반 절약= 그렇다면 실제로 인터넷전화를 사용했을 경우 얼마만큼 혜택을 볼 수 있을까. 이 씨의 예를 들어 보자. 현재 이씨의 통화료는 부가서비스 등을 제외하고 ▦기본료 5,200원 ▦시내통화료 1.911원 ▦시외통화료 2,711원 ▦이동전화 통화료 1,907원 등 총 1만1,729원이다. 만약 이씨가 인터넷전화를 사용한다면 ▦기본료 2,000원 ▦시내전화료 1,862원(-49원) ▦시외통화료 약 550원(-2,161원) ▦이동전화와의 통화료 1,539원(-368원) 등 총 5,951원만 내면 된다. 한 달 통화료가 절반 가량 줄어들게 도는 셈이다. 여기에 LG데이콤이나 SK브로드밴드의 경우 현재 같은 서비스 가입자간 통화료가 무료거나 번호이동 접속료만 지불하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할인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결합상품을 이용할 경우 인터넷전화는 ‘끼워팔기’ 상품이 될 개연성이 있어 요금은 더욱 싸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번호이동 허용을 계기로 인터넷전화는 이제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특히 서비스 초기에는 업체간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요금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어 가입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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