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모피아 출신이 눈에 띄지 않는다.
모피아는 재무부(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경제 부처와 금융계를 장악한 옛 재무부 출신들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모피아 가운데서도 주축인 재무부 금융 라인이 이번 인수위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박 당선인이 모피아∙금융권과 의도적으로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관가에 따르면 과거 인수위와는 달리 이번 인수위의 핵심 인력 가운데 모피아 출신 인사들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일단 인수위원 26명 가운데 모피아로 분류되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 경제1분과를 이끄는 류성걸 간사는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예산통으로 분류된다. 인수위 경제 정책을 짜는 안종범∙김현숙∙강석훈 위원은 모두 교수 출신이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전문위원들 가운데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정도만 재무부 출신이다. 그나마 이들도 경제1분과에 실무형 인력으로 투입됐을 뿐 차기 정부 조각과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분과인 국정기획조정 분과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여기에 이번 인수위가 자문위원제까지 폐지하기로 하면서 모피아 원로들이 인수위에 개입할 여지도 없어졌다.
이 같은 모피아의 세 약화는 지난 인수위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 직후 모피아와 거리를 두겠다는 심중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실제 인수위에서는 모피아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했다.
경제1분과 간사에서 이명박 정부 초대 재정부 장관까지 오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재무부 이재국장과 국제금융국장을 거친 정통 모피아다.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끈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도 모두 자문위원 등으로 인수위에 포함돼 있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은 경제 정책 실무를 맡았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도 모피아로 분류된다.
이번 인수위에서 모피아가 자취를 감춘 것과 관련해 정부 안팎에서는 '금융인 홀대' '모피아 고위직 배제'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모피아 직계라고 할 수 있는 금융위의 경우 인수위 전문위원 파견을 1명밖에 보내지 못한데다 업무 보고도 후순위로 밀려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집권 초 금융 관료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니겠냐"면서도 "역대 정권은 초기에 모피아를 배제하다가 결국 나중에는 그들을 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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