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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퇴직연금으로 노후 준비를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퇴직 연령도 점차 낮아지면서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은퇴 후 ‘30년’이 걱정스럽고 성큼 다가온 노후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건강이 으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마음과 시간을 나눌 가족과 친구도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취미 등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자기만의 생활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돈’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이 모든 것은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즉 성공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노후 소득을 체계적으로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연금(Pension)이란 문제와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수급권 보장·세제혜택 매력 서양에는 ‘죽음은 연금 후에 맞게 되는 다음 단계(Death is the next step after the pension)’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안락한 노후는 연금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서양인들의 믿음이 담겨 있다. 즉 오랜 연금의 역사를 갖고 있는 그들에게 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하고 삶을 풍요롭게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밑천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부터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연금시대를 열기 위한 제도적인 틀이 완성됐다. 지난 88년 국민연금제도 시행, 94년 개인연금저축 도입 등에 이어 오랜 준비 끝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이제 우리나라도 ‘공적연금-기업연금-개인연금’의 3단계로 돼 있는 선진적인 연금제도를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퇴직급여제도로서 이미 3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퇴직금제도가 있다. 그러나 사내 적립이 장부상으로만 이뤄져 회사 파산시 수급권이 보호되지 못했으며 중간 정산이 쉽게 허용돼 사실상 노후 소득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또한 연봉제와 비정규직의 확산 등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로 인해 제도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합리적인 개편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반년 남짓한 현 시점에서 성패를 논하는 것은 섣부르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큰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퇴직금제도에서 사각지대로 일컬어졌던 10인 이하 소규모 기업에서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활발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퇴직급여제도의 설정이 4인 이하 사업장까지 의무화되면 이러한 측면의 의의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근로자와 일반인들의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이해의 폭은 크지 않다. 대기업 노조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인식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기존 퇴직금제도에서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하면 근로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이점이 있을까. 우선 퇴직급여의 수급권이 확실하게 보장된다. 신탁 계정과 보험 특별 계정에서 자산 관리가 이뤄지므로 회사의 재무 상태와 무관하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존 일시금뿐만 아니라 조건만 갖춰지면 다양한 방식의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55세 이상으로 10년 이상의 가입자라면 5년 이상 지급되는 연금을 선택할 수 있다. 55세가 될 때까지 개인퇴직계좌(IRA)에 이전해놓을 수도 있다. 세제 혜택도 더욱 확대됐다. 근로자 부담금에 대해 개인연금과 합해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며 퇴직시 퇴직 소득과 연금 소득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커졌다. 무엇보다 큰 매력은 확정기여형(DC)제도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의 운용 지시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보람된 삶' 위한 최선의 대안 즉 근로자가 직접 자신의 퇴직 자산을 운용해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올린다면 기존 퇴직금보다 많은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운용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근로자에 있으므로 충분한 준비와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하겠다. 금융감독 당국도 근로자를 위해 퇴직연금제도가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제도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재무건전성을 갖춘 믿을 수 있는 금융기관만이 퇴직연금사업을 하도록 했으며 적립금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도록 위험 자산에 대해 투자 한도를 엄격하게 정해놓고 있다. 또한 ‘퇴직연금 모범 규준’을 제정해 금융기관의 업무 처리가 일관성 있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뒷받침할 예정이다. 근로자가 언제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운영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인터넷 웹서비스 등 관련 시스템이 가입자 중심으로 설계되도록 했으며 적립금 운용 현황 등에 대한 가입자 교육도 내실 있게 진행되도록 점검하고 있다. 노후 생활은 준비한 만큼 풍요와 보람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 준비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연금이다. 무엇보다 기존 퇴직금제도에 비해 여러 이점을 갖고 있는 퇴직연금이 노후 준비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분들에게 퇴직연금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권하고 싶다. 노후가 걱정되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노후생활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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