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말에 내놓을 대형 세단 '에쿠스'는 국산차 중에서는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알아서 달리는 기능이 탑재된다.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을 켜면 운전대를 조작하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굴곡진 차선을 주행한다. 자동으로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고 정해진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다른 차가 끼어들면 알아서 속도를 줄인다. 말 그대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알아서 달리고 주차까지 하는 차가 몇 년 안에 널리 보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가 향후 먹을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자율주행차=미국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가 전 세계적으로 총 1,000만대 정도 운행될 것으로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수년 안에 1,000만대 시장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차(800만대)보다 더 많은 숫자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장 앞서 있다. 벤츠의 대형 세단 '더 뉴 S클래스'에는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이 탑재돼 있다. 별도로 운전대를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이 차선 가운데로 주행할 수 있고 앞차와 자동으로 간격을 조절하면서 정해진 속도로 달릴 수 있다.
현대차 역시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벤츠와 대적할 만한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의 'HDA 기술'은 벤츠의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 대부분을 갖췄다. 현대차는 2012년 HDA를 개발 완료했고 3년여간 7만㎞ 이상 시험주행을 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이미 다수 차종에 자율주행의 기본이 되는 기술을 장착했다. 대형 세단 '2015 제네시스'에는 차선 이탈 시 자동으로 운전대가 움직여 차선 가운데로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LKAS)'을 비롯해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FCWS)'과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등을 장착했다. 완전 무인차의 경우 2010년 '투싼ⅸ'를 활용해 4㎞가량 주행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구글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달리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율주행 차를 개발하고 있는 점이 강점"이라며 "시스템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더 높이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현대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용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운전환경이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고속도로와 달리 도심은 교차로와 신호등·보행자 같이 신경 써야 할 조건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되면 연비를 높이고 사고확률도 줄일 수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며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하는 것도 자율주행 차량의 보급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향후 자율주행 기능은 기본 기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장 선점 박차=친환경차 시장에서 우리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수소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투싼ⅸ' 수소차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는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을 '북미 10대 엔진'에 선정하기도 했다. 올 들어 도요타가 세단형 수소차인 '미라이'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차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정부의 수소로드맵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 국내 수소차 보급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차는 친환경차 로드맵을 자체적으로 꾸려 시행하고 있다.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 12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6종), 전기차 2종, 수소차 2종 등 총 22개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해 이 분야에서 글로벌 톱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현대차는 다음달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국내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르노삼성·한국GM 등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의 전기차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전기차 분야에서는 앞서나가고 있다. 전기차 'SM3 Z.E'를 앞세워 시장을 더 넓혀나가겠다는 의도다.
한국GM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전기차 '스파크 EV'도 GM 브랜드를 달고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797대를 수출했고 올해도 1·4분기까지 567대를 해외에 팔았다. 아직은 적지만 한국GM의 수출에 한몫 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인 저유가와 셰일가스의 개발로 친환경차 수요가 다소 주춤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친환경차로 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업체들이 친환경차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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