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 독이 든 사과

박영선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제2차 석유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20여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감세, 규제완화, 세출삭감, 긴축적 금융정책을 골자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했다. 레이거노믹스는 “정부의 성장을 떨어뜨려야만 경제의 성장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목표를 내걸고 쇠퇴일로의 기업가정신을 고양시켜 지난 90년대 이후 팍스아메리카나의 초석을 마련했지만 양극화라는 그늘을 심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최근 신음하는 경제에 대한 처방전으로 ‘감세안’이 등장했다. 감세의 효과는 레이거노믹스로 검증을 받았다고 하지만 현재의 한국경제에는 ‘독이 든 사과’라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용 대비 효과 문제다. 정부가 감세효과를 분석한 결과 소득세를 1%포인트 내릴 때 세수는 1조원 정도 줄지만 1인당 돌아가는 혜택은 연간 1~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지만 세수감소분을 상쇄할 만큼의 소득증가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다. 둘째, 소득 양극화의 악화 문제다. 근로소득세 명목세율 구조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고 세율은 36%로 주요 선진국들의 40% 내외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재 근로자의 47%가 면세자이고 근소세를 납부하는 근로자의 66%가 50만원 이하의 소액 납세자이다. 사업자의 경우도 51%가 면세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세정책을 펼 경우 감세의 혜택은 소수의 고액 납세자들에게 쏠리게 된다. 경기지표와 체감경기간의 괴리는 양극화가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명목소득에서 세금 등을 뺀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와 명목소득 지니계수와의 차이는 불과 5%에 지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양극화의 극복이 중대한 현안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셋째, 효과발생까지의 타임러그 문제다. 감세정책은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당장은 선별적 감세를 실시하고 경제가 좋아지면 경제의 역동성을 유도하도록 세금체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경제문제의 해법에 정답은 따로 없다. 어떤 방법이 우월한지 검증할 방법도 없다. 확실한 것은 우왕좌왕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남이 동쪽으로 가자니까 서쪽으로 가자는 식의 대응은 ‘대안제시’가 아닌 ‘반대를 위한 반대’이고 이로 인해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힘을 합쳐 밀어주는 것이 지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