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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인천 아시안게임이 19일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금메달 목표는 90개. 개막식 다음날인 20일부터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해 오는 10월4일까지 15일간 펼쳐지니 목표대로라면 하루 평균 6개의 금메달이 쏟아지는 셈이다. 무대가 아시아다 보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5위에 올랐던 한국은 그 7배에 이르는 금메달 수집에 나선다.
한국은 특히 메달 기대가 큰 전략 종목 7개가 따로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양궁과 펜싱·볼링·골프·사격·태권도·테니스가 전략 종목이다. 최소 금메달 4개 이상씩은 확보가 가능한 종목들이다. 관심이 가장 큰 야구와 남자 축구는 걸려 있는 금메달이 1개씩이라 전략 종목에서는 빠져 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출전 종목은 36개 전 종목. 이 가운데 5회 연속 종합 2위를 이끌 최고 효자는 어느 종목일까.
◇사격·펜싱, 금 7개씩 쌍끌이 기대=사격과 펜싱은 런던 올림픽에서 나란히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며 효자 종목 입지를 굳혔다. 사격은 금 3·은메달 2개, 펜싱은 금 2·은 1·동메달 3개를 따냈다. 한국 선수단의 전체 메달 28개 가운데 39%가 사격과 펜싱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 두 종목은 금메달 7개씩을 목표로 잡고 있어 한국의 2위 수성에 결정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44개 금메달이 걸려있는 사격은 중국과 금메달을 다툴 일이 많다. 소총 종목에서 중국의 상승세가 워낙 무서워 금메달 목표도 낮췄다. 한국은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3개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선수들이 안팎으로 어수선한 환경에 내몰렸다. 올 5월 사격연맹과 체육회가 훈련 장소로 각각 창원과 진천 선수촌을 주장하며 마찰을 빚어 훈련에 차질이 있었고 지난해 12월에는 변경수 전 감독이 도핑 양성 반응으로 자격 정지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풍파에도 선수들은 다행히 지난해부터 도입된 서바이벌 방식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간판' 진종오가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2관왕에 오르는 등 바뀐 규정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규정이 바뀐 뒤 치러지는 첫 종합 대회다. 결선에 오르면 본선 점수가 반영되지 않고 사라진다. 20일 사격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자 금메달 소식이 예상된다.
펜싱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 6개, 2010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7개를 수확했다. 올 7월 수원 아시아선수권에서 사상 최초로 개인전 6개 전 종목을 싹쓸이하고 러시아 카잔 세계선수권에서는 은메달 3개를 따내는 등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조짐이 좋다.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펜싱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지연은 2관왕에 도전하며 런던 올림픽 여자 준결승에서 오심에 울었던 신아람도 금빛 찌르기에 나선다. 8개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양궁은 단체전이 기록합산제가 아닌 세트제로 치러지게 돼 경쟁국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개별 화살의 점수 합산 대신 세트 승점(승 2·무 1·패 0)으로 승부를 가리는 세트제는 이변의 여지가 많다. 7점 이하의 실수도 해당 세트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레슬링·태권도, '광저우 쇼크'는 잊었다=레슬링과 태권도는 전통의 효자 종목으로 꼽히지만 지난 광저우 대회 때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레슬링은 '노 골드' 수모를 겪었고 태권도도 금메달 4개로 기대에 못 미쳤다. 2002년 부산에서 12개, 2006년 도하 때 9개를 쓸어담았으니 4개는 충격에 가까웠다. 레슬링과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 각각 금메달 3~5개, 6~8개를 따내며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런던 올림픽 금 1개와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 2개로 기지개를 켠 레슬링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김현우·류한수를 비롯해 정지현·김영준 등이 그레코로만형에서 릴레이 금메달 소식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형의 윤준식·이승철도 금메달 후보다.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과 전 체급을 석권하자고 약속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냈다"고 강조했다. 태권도는 12개 출전 체급 가운데 최대 8개 체급 제패를 노린다. 광저우에서는 처음 적용된 전자호구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는 국내 업체가 만든 KP&P 제품을 써 유리한 편이다. 남자 선수로는 사상 두 번째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이대훈과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김태훈, 세계선수권 2연패에 빛나는 여자 46㎏급 김소희가 간판이다. 이대훈은 "우리나라가 종합 2위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레슬링과 태권도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각각 통산 49개와 47개의 금메달을 모아 이번 대회에서 50호 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아시안게임에서 50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낸 종목은 복싱(56개)과 사격(55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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