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ASF·폭스바겐·도이체방크·아디다스 등 독일 글로벌 기업 고위임원들이 이날 독일 정부 당국자에게 직접 전화해 "대러 제재가 사업에 치명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2일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동하는 메르켈 총리가 이들 기업의 입장을 전할 것이라며 유럽 내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실효성 있는 경제제재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과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관된 러시아 인사들의 해외계좌 동결과 비자발행 금지 조치 등을 단행해왔으나 미국은 향후 제재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러시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기업들은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6,200여개 독일 업체들은 대러 제재가 독일의 일자리와 경제상황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관련 사업을 벌이는 독일 기업 수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활동하는 독일 기업보다 많다.
독일의 대표 경제연구소인 '세계 경제를 위한 킬연구소'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위르겐 게른은 "강력한 대러 제재가 계속된다면 독일 경제성장률이 최대 2%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이라며 유럽의 경제강국인 독일이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독일은 러시아에 가스와 원유 수입의 3분의1을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산 원유수입 중단은 독일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그리스도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러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은 중앙정부의 통제력 약화로 분리독립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날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친러시아 세력에 탈취되기 직전인 동부지역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앞으로 열흘간이 지난 1991년 독립 이래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 도시들에서 관공서를 점거한 분리주의 시위대가 오는 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과 러시아로의 합병에 대해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인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러시아 정부가 옛 소련에 대한 향수가 최고조로 치닫는 노동절 연휴기간에 물리적 충돌을 조장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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