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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훌륭한 창조인의 시작은 마치 눈가리개를 하고 정면을 응시하며 끊임없이 걸음을 내딛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앞을 보지 못하니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겠죠. 그러나 남들이 반신반의할 때, 아니라고 할 때 독창성(unique)을 믿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프리 카젠버그(63·사진) 드림웍스 대표가 말하는 창조력의 원천이다. 그는 18일 오후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CJ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봉준호(44·사진) 감독과 함께 창조와 콘텐츠 발전 전략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드림웍스는 전 세계 흥행 극장용 애니메이션'톱 30'중 12편을 제작한 회사다. 1994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게펜 레코드사의 데이비드 게펜 회장·카젠버그 대표가 공동 창업한'드림웍스SKG'에서 2004년 분사된 후 '슈렉''쿵푸팬더' 시리즈 등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그 중심에는 카젠버그 대표가 있다. 23세 때 파라마운트의 우편물 발송 담당으로 입사한 그는 31세에 제작 담당 사장으로 승진하고, 34세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사장으로 취임했다. 디즈니 스토리에 최신 기술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를 접목한'인어공주''미녀와 야수''알라딘''라이온킹'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디즈니와 애니메이션 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애니메이션=아동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애니메이션 시장에 성인과 가족 관객 유입을 주도해 애니메이션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기도 했다. 카젠버그는"100%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가자, 독특한 것,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온 초기작이 애니메이션'치킨런'이고 2001년 '슈렉'으로 마침내 드림웍스만의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남다른 길을 걷는 건 봉준호 감독 역시 카젠버그와 닮아 있었다. 봉 감독은"'괴물'은 초기 단계에 어려움이 많았다. 대낮에 한강에 괴물이 나와서 뛰어다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니 정신병자 취급을 하기도 했다"며"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오기가 생겼다. 내가 만들어서 보여주마. 이런'앙심'이 원동력이 된 건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창작은 숫자로 평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스로 본인의 창작물에 대한 첫 번 째 관객 혹은 비평가가 돼 냉정히 바라보고 확신과 용기를 가지면 된다. 주변에서 축복해 주지 않더라도 뜻대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늘 함께 했으면 한다"며 객석을 가득 메운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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