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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공급과잉으로 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자재 투자 전문기관인 미국 어게인캐피털의 존 길더프 파트너는 16일(현지시간) CNBC 기고에서 "(국제유가가) 수개월 내 배럴당 5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산유량 급증 △중동 주요국 반군의 석유수출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의 감산합의 불발 가능성 등을 유가 추가 하락의 근거로 꼽았다.
실제로 현재 미국은 매일 900만배럴을 넘어서는 원유를 생산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일일 생산량 960만배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의 연간 원유생산 증가폭이 리비아의 산유량을 능가할 정도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세계 원유수출량의 절반을 사가던 미국은 수입량을 줄이고 있으며 이미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지역으로부터는 원유수입을 중단한 상태로 전해졌다. 길더프는 "내년 4월까지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950만배럴을 넘을 수 있다"며 "그 무렵이면 겨울이 끝나며 전 세계 시장이 (석유) 수요감소기에 접어들어 유가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라크에서는 무장반군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정부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쿠르드족 역시 정부의 허가를 얻어 앞으로 수개월 내 원유를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서도 기존 정부와 반군 정부 측이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석유를 팔고 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공급과잉을 겪는 기존 산유국 정부들에는 엎친 데 덮친 꼴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유가 추락이 단기적 요인보다는 원자재 가격의 슈퍼사이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원자재(가격) 하락기의 첫해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투자전문기관 '티로프라이스' 의 숀 드리스콜 매니저의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 사이클이 보통 13~15년 지속된다는 분석을 곁들이기도 해다.
만약 유가가 50달러선까지 떨어진다면 세계 석유시장은 지각변동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원유공급붐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셰일 업체들의 대체적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는 최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미국 셰일 생산업자들의 대체적인 생산단가가 배럴당 60달러선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배럴당 60달러가 미국 셰일가스 생산 손익분기점의 하한선으로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로이터는 최근 분석에서 지난 1980~1990년대의 기술적 한계로 상업성이 떨어졌던 셰일가스가 2000년대 들어 신기술(수압식 파쇄법 등) 개발로 생산원가를 낮춰 현재의 전성기를 맞은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기술발전 속도에 따라 얼마든지 더 미국 원유생산 업자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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