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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동산 거래절벽 외면하는 정치권

취재 목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다 보면 당혹스러운 일이 종종 생긴다. 정작 내가 궁금한 것은 묻지 못하고 중개업자나 주민들의 질문이나 푸념만 잔뜩 받을 경우다.

최근 들어 이런 일이 급속히 늘었다. 내용은 다양하지만 요약하자면 4·1부동산종합대책의 후속 조치가 언제 나오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거래단절이 시작됐는데 후속 대책이 없으면 4·1대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시장에 오랜 시간 몸담아 온 ‘현장 사람’들의 체감 경기는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는 정부의 생각과는 딴판이다. 곳곳에서 주택거래가 줄고 있고 집값도 하락세다.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3구의 거래실적마저도 저조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달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고 여름 비수기까지 겹치면 거래절벽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현장 밖 사람’들의 감각은 무디기만 하다. 4·1대책 한 방만 믿고 후속 대책에 대해서는 절실함이 없다.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여야 간 대립에 발목을 잡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부동산 문제와는 무관한 이유로 국회 소위조차 열리지 못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사실상 이번 국회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분양가 상한제 등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 폐지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오히려 실망감만 커지고 시장에 찬물만 끼얹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6월 임시국회에 많은 기대를 걸어왔지만 이제는 또다시 9월에나 열릴 정기국회를 기다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내성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부동산시장 정상화는 실현되기 어렵다.

현장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단순하다. 귀를 열어 경청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여야가 민생에 귀 기울이고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를 현장의 사람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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