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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역풍 맞은 푸틴

우크라 사태 후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br>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서 크림반도 병합·군사개입 규탄<br>러, 신흥재벌 체포 등 내부 단속… 루블화 경제제재로 장중 사상최저

80%대에 이르는 여론 지지율을 등에 업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애국주의 행보가 러시아에서 역풍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벌어지는 등 푸틴의 대외정책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서서히 터져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총 6,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성토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중 모스크바 시위대는 경찰 추산 5,000여명 (시위대 추산 2만6,000명),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위대는 약 1,000명 규모로 전해졌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군사개입을 규탄하며 "러시아의 개입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철수 및 분리주의 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했으며 군 당국이 군인들에게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전투에 참가하도록 강요한 사실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휘날리며 '전쟁은 안 된다' '푸틴은 거짓말을 그만 하라' 등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으며 행진하면서 "우크라이나여, 우린 여러분과 함께 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에는 자유주의 성향 정당인 '야블로코'의 지도자 세르게이 미트로힌과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등이 참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에서 반정부시위를 이끌었던 인물들"이라고 전했다. 시위현장 주변에는 일부 친정부 성향 시위대도 '평화행진은 나치 조력자들의 행진'이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불만 여론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가운데 푸틴 정권은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 내부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 올리가르히 중 한 명인 블라디미르 예프투셴코프 시스테마홀딩스 이사회 의장이 사법당국에 돈세탁 혐의로 체포된 것도 이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10년 이상 투자해온 대표적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브라우더 허미티지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예프투셴코프가 체포된 것과 관련해 "서방 제재의 여파로 손해를 보면서 푸틴에게 반대하는 행동을 계획하고 있는 올리가르히에게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에 대한 도전, 나아가 친위 쿠데타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2003년 푸틴에게 비판적이던 당시 러시아 최고부자 미하일 호도르콥스키의 체포와 그가 이끌던 석유회사 유코스의 공중분해로 이어진 흐름과 유사하다는 평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기업인의 말을 인용해 "서방 제재가 크렘린 내 기업인 등 친서방 성향의 입지를 줄인 대신 강경 실로비키(정보기관·군·경찰 출신 정치인)의 목소리를 키웠다"고 전했다.

인터넷 공간에 대한 감시와 탄압도 강화하고 있다. AFP통신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온라인상 반정부 여론이 높아지면 '비상조치'로 러시아 국내 인터넷 연결을 전면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안보회의를 소집해 인터넷 규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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