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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월 17일] '변양호 사건'이 남긴 깊은 상처

대법원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무죄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변 전 국장은 지난해 11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서도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사실상 두 가지 멍에에서 모두 벗어났다. 사건이 불거진 지 7년 만이다. 변 전 국장은 지난 15일 석방되면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광기와 검찰이 가진 공명심의 희생자가 됐다”는 소감을 피력했고 변씨의 변호인은 “신빙성 없는 진술만으로 수사하고 유죄를 인정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의미가 담긴 판결”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변씨 사건은 개인적인 억울함을 넘어 공직사회 전반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거나 책임질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보신주의를 만연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금융과장으로 외채 만기연장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 2001년 월스트리트 저널의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 10명’에 포함되기도 했던 변씨가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몰리면서 공직사회에는 복지부동이 낫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감사원이 공무원의 ‘적극 행정면책제’까지 실시할 정도로 복지부동 분위기가 고착된 데는 변씨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씨 사건이 남긴 또 다른 논란은 현대차그룹 뇌물수수 사건이라는 별건 사건으로 구속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이라는 본건 사건을 수사했다는 비판이다. 정책적 판단에 대해 여론몰이식 수사를 해서도 안 되지만 이를 위해 무리한 별건 수사라는 방식을 동원한 것 역시 잘못된 관행이라는 지적이 많다. 변씨가 회고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간 검찰의 수사과정은 앞으로 자세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결정 권한이 큰 공직사회에 부패와 정책실패의 가능성은 늘 따라다니지만 국가가 어려울 때일수록 공무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비상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책임감과 열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대통령과 장관들이 다그쳐도 정책결정에 대한 행정적ㆍ사법적 면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무원들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양호 신드롬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치유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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