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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방안 쏙 빼고 "해주겠다" 남발… 4년 재정설계도 무용지물



여야 지도부가 결성되면서 총선과 대선체제의 막이 올랐다. 복지는 올해 양 대 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피할수 없는 ‘담론’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복지확대를 당 정강정책 1조에 올리는 문제를 고심 중이고 민주통합당은 일찌감치 집권

할 경우의 복지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총선을 80여일 앞둔 정치권이 입으로는 복지를 외치면서도 방법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고 지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복지 정책은 정교한 공약은 물론 필요 재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괜찮은 일자리 마련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 세금 내지 않고 복지가 가능하다는 환상을 깨는 일은 쉽지 않다. 복지 선진국들도 수십 년에 걸친 투쟁과 타협의 산물이다.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 보나 높은 지금이 오히려 전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낼 적기라는 주장이 높다.

◇한나라당 오락가락하고 원칙 없어=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소득에 따른 복지를 기조로 했지만 선거를 앞두고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또 유력 대권주자의 한 마디에 당의 입장이 바뀌는 등 일관된 공약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학 등록금 ▦서민 금융 ▦카드 수수료 등 민생안정을 위한 논의를 벌였지만 대학 등록금 하나만 놓고도 당직자 별로 서로 다른 발언을 하는 등 뚜렷한 해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와 별개로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총선 공약단을 만들었고 과도한 노동시간에 비해 열악한 임금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진척이 더디다. 공약단에 속한 의원들 스스로 지역구 관리에 몰두하느라 2010년 실시한 지방선거만큼의 열의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공약에 신경 쓸 수 없다”면서 “복지라는 좋은 소리만 하면 되지 국민 화나게 증세 얘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대권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비과세 감면 폐지, 자본이득세 도입 등 조세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박 위원장이 거론한 주식 양도 차익 과세만 해도 주식 투자자의 엄청난 반발속에 대주주에 한정한다고 해명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민주 듣기 좋은 무상 공약만=민주통합당은‘생활정치’를 화두로 복지 공약을 여러차례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예산 마련에 대한 고민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증세에 앞서 재정개혁만으로 2017년에는 최대 14조원을 복지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증세에 대해서는 파생상품거래세를 신설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복안이 없다. 그러나 파생상품 거래세는 2009년 한나라당이 추진했다가 투자자와 업계의 거센 조세저항에 직면해 보류한 상태다. 민주당 역시 투자자의 낙선 운동과 업계의 로비 앞에서 얼마나 여론을 이끌어 낼 지 불분명한 셈이다. 또한 노동정책이나 경제부분 개혁을 총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무상 보육 무상 교육 무상 의료 같은 복지 제도로 복지 국가 논의를 수렴하는 데 그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한국노총이나 시민사회 인사가 당에 합류했지만 관료출신이 많은 당의 성향상 적극적인 여론 설득과 추진을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기존 복지부터 개선해야=여야의 복지정책 경쟁이 과열되면서 재정당국의 고심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공약들을 감당할 만큼 우리나라의 살림여력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외 여건 악화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재정수입이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은 정부의 탄력적인 재정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아울러 대외신인도를 지키기 위해 내년에 적자살림을 벗어나겠다는 ‘2013년 균형재정’ 달성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도 재정당국이 선심성 복지 공약을 따르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부터 4년간의 복지 예산 설계도를 이미 다 짜 놓은 상태. 재정부는 내년에 97조3,000억원, 2014년에 102조8,000억원, 2015년에 108조3,000억원의 재원을 집행하겠다고 공언해 놓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사회복지 및 보건분야의 재정지출액 증가률을 연평균 5.8%로 전제한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복지확대를 추진하면 이 같은 정부의 중기 재정설계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유럽 일부 국가들이 과도한 복지 지출의 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고, 미국도 재정적자 감축 문제로 시끄러운 데 정치권이 전혀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 것 같다”며 “정치권이 복지의 양만 늘리라고 정부를 압박할 게 아니라 기존 복지정책의 질을 높이도록 복지 전달 구조와 법제도를 개선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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