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실질적인 주인은 나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전세계, 모든 육지와 때로는 바다 속에 걸쳐 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명체다. 나무가 없으면, 즉 식물이 없으면 동물도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생명체는 나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셔먼장군'이라는 이름의 이 나무는 키가 83m, 무게는 1,400톤 가량 된다. 동물 중 가장 큰 것인 대왕고래가 20~30m이니 잽도 안된다.
침팬지의 대모,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희망의 씨앗'이라는 식물 관련 책을 냈다는 이야기에 의아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면 결국은 식물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다. 식물은 곧 지구 생태계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을 오늘날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만든 침팬지에 대한 사랑의 출발점은 식물이었다고 책에서 썼다. "어린 시절, 이 별의 불모지,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의 울창한 숲에 관한 이야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면 침팬지는 결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저자는 책에서 식물 사이의 의사소통이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또 식물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이로운 식물의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네팔에서 직접 본 보리수나무와 벵갈고무나무의 '나무 결혼식', 식물 사냥꾼 이야기, 밀·감자·옥수수 등 식량 작물,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숲을 구하는 환경 운동에 이르기까지 식물 이야기는 다채롭고 폭넓다.
"우리가 식물에게 지고 있는 막대한 빚을 인정하고 그들 세계의 아름다움과 신비, 복잡성을 기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그는 식물을 '동반자'로 존중해달라고 호소한다.
그 동안 식물들은 동물들만큼 존경을 받거나 글과 영상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동물들은 의식이나 감정, 의사소통 능력 같은 특성들로 인해 인간과 동일시하기 한결 쉬웠다. 당연히 식물은 그렇지 못하다. 단순하면서도 그 속을 알기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누구나 식물들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생명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햇볕을 흡수해 먹을 거리로 바꾸는 그들을 놀라운 기술, 즉 광합성이라는 과학이 없었다면 인간도 지구상에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다.
탄자니아의 침팬지 연구를 통해 영장류의 가치를 우리에게 이해시켜준 저자가 이번에서는 식물들은 소개한다.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1만9,5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