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저곳에서 돈을 빌려주겠다고 난리다. 정부의 저(低)신용자 지원정책 탓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신용자들을 반기는 곳은 대부업체 뿐이었다. 신용도가 조금 더 높은 경우라면 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 눈치를 보며 돈을 빌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지방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앞 다퉈 개인 신용대출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도 자회사나 관계회사인 캐피탈업체의 신용대출상품을 은행 창구를 통해 팔기 시작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돈을 빌리러 가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졌을 뿐만 아니라 대출문턱도 한층 낮아졌다. 또한 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모든 금융권에서 저신용자 대출 취급= 지난해 초만해도 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대부업체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저신용자 지원정책에 힘입어 모든 금융회사들이 ‘자의 반(半), 타의 반(半)’으로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2금융권이 앞장서 시장에 진출했다. 캐피탈 업계에서는 현대캐피탈과 대우캐피탈, 씨티파이낸셜ㆍ롯데캐피탈 등 대형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출발이 빨랐다. 그 다음은 저축은행으로 HK저축은행을 선두로 솔로몬ㆍ현대스위스ㆍ제일ㆍ동부ㆍ모아ㆍ고려저축은행 등이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활발히 취급하고 있다. 그 후 전북은행과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우량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 신용대출 영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우리캐피탈ㆍ하나캐피탈ㆍ우리파이낸셜ㆍ기은캐피탈 등 금융지주회사 또는 은행 자회사인 캐피탈사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졌다. 신용대출 상품 판매에 열심이던 HSBCㆍSC제일은행ㆍ씨티은행 등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신한은행은 계열 캐피탈 회사를 통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국민은행은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인수 등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용도 따라 금리 스펙트럼 다양= 소액 신용대출의 법정 상한금리는 49%다. 상한금리를 받는 곳은 대부업체로 6~9등급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준다. 그 보다 높은 4~7등급 고객은 캐피탈ㆍ신용카드 등 여전사와 저축은행을 찾아가면 된다. 최고 금리는 49%지만 신용도에 따라 30~40%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캐피탈사 중에도 은행계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4~6등급 정도의 고객을 주 대상으로 한다. 최고 금리는 39.9%지만 신용도에 따라 20~30%초반 의 금리로 대출을 해 준다는 계산이다. 관련 업계는 은행계 캐피탈사들이 막강한 은행의 영업망을 이용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다. 캐피탈ㆍ저축은행 등은 고객층이 중첩되는데다 영업망은 은행의 100분의1도 안 되는 열악한 조건이어서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체 이용고객은 이보다 신용도가 더 낮지만, 우량고객은 은행계 카드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저신용자도 은행 창구에서 고금리 대출 받는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캐피탈업체 상품판매를 허용하자 앞 다퉈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초 ‘미니론’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마니또론’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연 7.5~35.0%의 금리로 3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만 20세 이상 65세 이하인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의 ‘우리모두론’도 우리은행 지점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됐다. 이 상품은 고객을 신용도에 따라 셋으로 분류했다. 신용도가 4등급 이상인 ‘고등급’은 대출금리가 연7.39~16.9%로 낮고, 대출한도는 300만원에서 9,000만원까지 올라간다. 대기업 정규직이나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인 ‘중등급’은 대출금리가 13.9~25.9%로 약간 올라간다. 대출한도도 3,000만원이다. 중견기업 정규직이나 고소득 보험설계사ㆍ고소득 전문 계약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등급이 8등급 이상인 ‘저등급’은 대출금리가 38.9%까지 올라가고, 대출한도는 1,500만원으로 낮아진다. 소기업 정규직이나 중견기업 이상 비정규직ㆍ소규모 자영업자라면 신청이 가능하다. 기업은행도 자회사인 기은캐피탈을 통해 기업고객이 아닌 서민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아이론’을 판매 중이다. 최저 금리는 연6.9%, 상한금리는 37.9%지만 20%대로 낮출 계획이다. 대출금액은 최저 100만원에서 최대 9,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대상은 만 20세 이상 급여소득자와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또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한국이지론은 연30% 이상의 금리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이 19.0~29.9%의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골든브릿지캐피탈과 고려저축은행ㆍ씨티파이낸셜코리아 등 3개사는 연체일수가 20일을 넘지 않고 연봉이 1,200만원 이상이면서 국민연금 납입실적이 있다면 환승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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