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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100세시대] 소득 없이 살아갈 은퇴후 기간 점점 늘어… 자신만의 자산축적-소비 기간 재조정을


최근 미국 금융노년학의 창시자인 닐 커틀러(Neal E. Cutler) 박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이미 금융노년학 과정을 수료한 필자 입장에서는 학계 권위자의 강의를 직접 들어본다는 취지로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100세 시대를 보는 관점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계기가 됐다. 그것은 바로 '100세 시대는 이미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다.

100세 시대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온다 혹은 다가왔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렇게 인지하고 나름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커틀러 박사는 중·장년층 이하 연령의 경우 100세 시대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필자의 가족을 예로 들어본다면 조부모 세대가 80세 수명시대를 사셨고 양가 부모는 모두 생존해계시며 특별한 사고나 질병이 없다면 90세 이상은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1970년 이후 출생자들은 분명 100세 시대를 넘게 살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게 된다.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나 한편으로는 숙제도 안겨준다. 80세 시대에는 20대까지 교육과 성장과정을 마치면 60대까지 약 40년의 경제활동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고 약 20년의 노후생활 동안 소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산축적을 하는 기간이 40년이고 은퇴 이후 소비기간이 20년이기 때문에 경제적 문제가 생길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30대까지 성장과정이 늘어났으며 60대까지 30년간 축적한 자산으로 100세까지 40년의 노후생활을 부담해야 한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봐도 많이 불리해 보인다.



만약 100세 시대를 넘어 110세 이상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소득 없이 살아가는 은퇴 이후 기간이 늘어나면서 불균형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자산축적 기간을 연장하는 수 밖에 없다. 지난 11일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인구구조의 중장기전략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기준을 70세나 75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고로 70~75세까지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 분위기도 곧 형성될 것이다. 그래야만 30대부터 70대 중반까지 약 45년의 자산축적 기간을 가지고 이후 35년 이상의 소비기간을 가지는 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한편에서는 금융회사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100세 시대'를 활용하며 위기감만 조성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오래 사는 문제는 경제문제와 직결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변화를 금융업계가 먼저 인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고 함께 그 과제를 해결해보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장삿속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경제사회에서 금융시스템은 교통시스템과 같이 구성원들이 함께 적응해 나갈 수 밖에 없는 필수불가적 요소이다. 금융회사의 마케팅 논리에만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겠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조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이 행복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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