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라는 비판여론을 받아들여 경영권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리 기업들을 겨냥한 경영권 위협 행태가 이미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2010년에도 포이즌필 법안이 추진됐다가 좌절된 바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투기자본의 공세가 집요해지면서 주주의 애국심에 의존하기보다 제도적·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기업에 방어무기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대기업들은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따라서 적용 대상을 대기업이든 상장기업이든 차별하지 말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권한을 발동할 수 있어야 도입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기득권 남용이나 주주차별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장기투자자에게 혜택을 주는 등 보완장치만으로 충분한 일이다.
경영권 보호는 엄연한 글로벌 추세다. 선진국들은 일찍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했고 일본 등에서는 신주예약권이라는 포이즌필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기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해 미래 투자에 나서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경영권 보호 법안이 하루빨리 추진돼 우리 기업들이 안심하고 세계시장을 누비고 다니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