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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李총리가 설마 땅투기를?
입력2005-09-28 16:19:08
수정
2005.09.28 16:19:08
이해찬 총리와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체면을 확 구겼다. 땅투기 의혹 때문이다.
이 총리는 부동산투기를 사회적 범죄, 사회적 암이라고 말했었다. 정 보좌관은 8ㆍ31부동산대책의 총지휘자였다. 그런 총리와 대통령 핵심참모가 범죄자, 암적인 존재로 의심받고 있는 셈이니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투기가 아니라고 아무리 해명해도 안 믿어주니 억울하기 짝이 없고 화가 치밀기도 할 것이다.
투기 아니라는 해명 믿고 싶어
과연 두 사람은 투기를 한 것일까. 기자의 판단으로는 투기의도는 없었다고 본다. 그들을, 투기행위를 두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악의 없이 한 행위가 훗날 본래 의도와는 달리 문제가 되는 일이 많은 게 세상사다. 두 사람의 대부도 땅과 철원 땅도 바로 그런 것이리라.
이 총리측은 ‘장인의 유산으로 주말 농장용으로 구입했지만 총리가 되는 바람에 바빠서 그대로 두고있다’고 해명했다.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손바닥만한 주말농장을 가진 일반인들도 처음에는 전원생활의 꿈에 부풀어 의욕을 보이다가 얼마 안가 바쁘다는 핑계로 농장행 발길을 끊는 일이 흔하지 않은가. 땅값도 3년 전 매입 때보다 두배가량 뛰었다는데 저간의 상황을 보면 그 정도는 오른 축에도 끼지 못한다. 농지취득 자격이 없는데도 농지를 산 것은 위법이지만 이는 과거 총리인준 청문회에서 잘못을 깨끗이 시인했으니 새삼 탓할 게 못 된다. 법규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정 보좌관은 ‘철원일대가 철새 도래지라는 기사를 보고 갔다가 우연히 주민의 권유에 휴전선이나 철새 도래지를 자주 찾는 거점으로 삼기 위해 샀다’며 투기의혹을 일축했다. 정 보좌관 역시 농지법을 위반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해명대로라면 두 사람 모두 일이 복잡하고 힘들 때 내려가 머리를 식히며 쉬거나 취미생활을 위해 땅을 산 것이다. 결국 땅값이 좀 오른 것은 망외(望外)의 소득일 뿐 삶의 질(質) 차원에서 매입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생활은 모든 사람이 소망하는 것이니 그들을 무조건 매도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공직자는 어떤 경우라도 땅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닌가.
‘말의 품격’ 되새기는 계기로
두 사람의 사례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대책 마련 과정에서 강남 아파트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 등 부동산 부자들은 거의 투기꾼 취급을 해오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투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부지기수다.
가진 것이라고 집 한 채뿐인데 그게 아무 생각 없이 십수년 이상을 살다 보니 값이 올랐거나 아이들 교육을 위해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가 ‘부자반열’에 오른 경우, 집 외에는 마땅한 노후수단이 없는 풍토에서 다소 무리를 해가며 조금 더 큰 집을 마련한 사람 등등. 이들이 투기꾼인가. 정 보좌관 말처럼 ‘우연히’ 비싼 집을 갖게 된 사람들이다.
특히 그들은 투기로 큰 돈을 벌어 세금공세에도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진짜 투기꾼들과는 달리 세금 때문에 허리가 휘고 어쩌면 살던 집을 팔아야 할지도 모를 판이다. 거기다 투기꾼 오명까지 뒤집어썼으니 그 억울함이 어떨까. 다른 이들은 몰라도 이 총리와 정 보좌관 두 사람만은 이런 심정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투기는 막아야 하고 많이 가진 사람은 세금을 더 내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범죄자나 암적인 존재로 취급되고 ‘초정밀 유도탄’과 같은 세금으로 무지막지하게 다스려야 할 대상은 아니다. 당국자들의 과격발언은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언어폭력 수준으로 치닫고 계층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두 사람의 땅 문제가 공직자의 도덕성과 정부의 ‘말의 품격’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도덕성 시비로 낙마를 한 고위공직자가 많고 말 때문에 실점을 많이 한 참여정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들의 땅 문제가 부동산대책의 틀이 훼손되는 빌미가 되는 것도 극력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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