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오자와가 보낸 '미녀 자객'들의 칼끝은 매서웠다. 지난 30일 총선에서 선거의 달인이라는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이 투입한 여성 자객들은 정계를 좌지우지하던 자민당과 공명당의 실력자들을 한칼에 쓰러뜨렸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ㆍ63) 대표가 오자와 자객의 희생양이 됐다. 도쿄 12구에 출마한 오타 대표는 아나운서 출신의 아오키 아이(靑木愛ㆍ43) 민주당 참의원 의원에게 패했다. 오타 대표는 패배를 생각지 않았기에 비례대표에 이름을 걸지 않아 이번 선거를 고비로 완전히 의원직을 상실했다. 자민당의 규마 후미오(久間章生ㆍ68) 전 방위상 역시 나가사키 2구에서 정치경험이 전무한 민주당의 후쿠다 에리코(福田衣里子ㆍ29)에게 참패했다. 후쿠다는 혈액제 감염 문제를 이슈로 자민당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유명해졌다. 홋카이도(北海道) 5구에 출마했던 자민당의 최대 파벌 마치무라파의 영수인 8선의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ㆍ64) 전 관방장관도 민주당의 여성 자객인 고바야시 치요미(小林千代美ㆍ40) 전 의원에게 무너졌다. 자민당의 원로로 전직 총리인 모리 요시로(森喜朗ㆍ72)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ㆍ73)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지만 오자와 자객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체감해야 했다. 모리 전 총리는 33세의 다나카 미에코(田中美繪子)에게, 후쿠다 전 총리는 후지TV 출신의 미야케 유키코(三宅雪子ㆍ44)에게 시소게임 접전을 벌이며 망신살을 사야 했다. 오자와는 이들 자객 후보에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자신의 검법(선거운동법)을 전수했고 선거기간에는 자객들의 선거구를 가장 열성적으로 챙기는 등 적극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물들을 일거에 제거함으로써 선거 후 자민당의 리더십을 초토화시키자는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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