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조만간 7%대 성장률 시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보여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 경제의 활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경제가 27일 중국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대부분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국경제가 본격적인 하강기에 돌입했다는 데 공감했다. 이들은 세계경제의 동반하락으로 중국의 수출산업이 위축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책 처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경기부양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긴축기조 유지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중국 경제하강 가속화 = 앤디 시에 메이구이스(玫瑰石) 투자 고문은 “지난 3ㆍ4분기 GDP성장률이 9%였고,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10%이상을 달성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는 중국의 수출산업이 세계경제의 침체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앞으로 성장률은 더 낮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1998년 당시 중국경제의 GDP 성장률은 7.8%였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다시 이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 왕이밍(王一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의 경제위기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위기가 중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며 “중국경제는 이미 조정기에 진입했으며, 경제구조의 새로운 전환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위융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도 이에 동감을 표시하고 “위안화의 절상과 해외경제의 후퇴로 중국의 수출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고, 경제성장 속도는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윈링(張蘊嶺)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연구학부 주임 역시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후퇴는 중국의 대외무역과 외자유입, 가공제조업의 발전, 금융시장 안정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재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가 직면한 도전은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 양상이 다르다”면서 “당시는 대출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지금은 실물경제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샤오겅(肖耿) 칭화대학(淸華)대학 브루킹스연구센터 주임 역시 “금융위기가 중국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수출 부문으로, 금융위기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소득이 줄어들면서 사치품 및 고가품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경제의 충격을 예상했다. ◇자산시장 침체 장기화= 부동산 및 증권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적으로 비관적이다. 앤디 시에 고문은 현재 중국 부동산 가격의 30~40%의 하락이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대부분 국가들의 부동산 가격은 가구당 연평균 수입의 10배를 넘지 않는 반면, 중국은 15~20배가 될 정도로 높다”면서 “내 생각엔 10배 안팎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에 대해, 시에 고문은 또 “아직은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인한 시장의 추락 가능성이 엄존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 스스로가 리스크를 떠안을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다만 중국 A주식(내국인전용)의 거품이 사라졌고, 주가는 중국 역사상 드물게 낮은 상황이므로 지금 주식을 사서 2~3년 보유한다면 돈을 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샤오겅 주임은 “중국의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은 글로벌 금융 및 부동산시장에 비해 양호하며 잠재력도 크다”며 “부동산시장은 중국 정부의 거시조절 정책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고, 금융시장도 금융기관간 대출에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으며, 일반인들의 동요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빠르고 강한 경기부양책 주문= 전문가들은 대다수가 급격한 외부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신속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샤오겅 주임은 “국제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중국 거시경제의 초고속 성장에 변화가 없었을 것인데, 미국 등의 경기후퇴로 중국의 수출산업이 큰 영향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정부가 명확한 정책신호를 보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로서는 감세와 대형 설비 건설이야 말로 가장 빨리 시장의 안정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철도건설의 확대와 의료시설 확충, 환경부문의 투자 등이 바람직한 재정지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왕이밍 부원장은 “최근 중국경제의 하강은 중국상품에 대한 대외수요의 감소 때문”이라며 “따라서 중국은 내수를 진작시켜야 하고 이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의 섣부른 경기부양을 위험한 ‘불장난’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다. 위융딩 소장은 “(중국 정부의) 시기적절한 통화팽창억제만이 극약처방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면서 “너무 서둘러 부양책을 쓰다가 다시 통화의 급팽창이 시작되면 불가피하게 극약처방을 써야 하는 불행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앞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이 농산품 가격 하락 등으로 완만해지더라도 통화팽창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면서 “중국 정부는 여전히 통화팽창 억제를 거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외환경의 악화에 따라 중국의 발전전략 및 거시경제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위 소장은 “중국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무역균형을 이룬다는 기본전략을 갖고 있는데도 무역흑자가 조금 감소했다고, (통화팽창 상황에 변화가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과거의 거시조절정책과 완전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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