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일랜드 정부와 20여년간 불법으로 세금 뒷거래를 한 혐의로 유럽연합(EU)에 수십억유로의 벌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고용창출에 기여 하는 대가로 아일랜드에서 세제 특혜를 받은 혐의로 애플을 기소할 예정이다.
EC는 조사 과정에서 애플이 지난 1991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이전가격(계열사 간 원재료 및 제품을 공급하는 가격) 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받은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애플은 1980년 아일랜드에 진출한 뒤 2%에 못 미치는 법인세율을 부담했다. EC는 이번주 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조사보고서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에 제공하는 국고지원에 대한 법적 규제는 EU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제도다. 공정거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EC는 과거 10년 동안 기업이 정부에서 부당한 특혜를 받아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추징할 권한을 갖고 있다.
EC는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를 계기로 애플의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미 상원에서는 애플이 해외에서 거둔 수입 수백억달러를 해외 자회사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축소 납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법을 어긴 적이 없으며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드러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정부 대변인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EU의) 국고보조제도 위반은 없었다"며 "EC에 이달 초 자세한 내용을 담은 답변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 간 세금 뒷거래에 대한 조사는 EC가 최근 벌이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포탈 행위 단속의 일환이다. EC는 특히 각국에 흩어진 계열사 사이의 이전가격을 시장가격과 다르게 조작해 세금을 줄이는 행위에 대해 집중점검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EC는 6월부터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와 네덜란드 정부,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 계열사 피아트파이낸스앤드트레이드, 룩셈부르크 정부 등도 애플과 유사한 방식으로 세금을 줄여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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