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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십여년 전만해도 생수를 돈을 주고 사서 마시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페트병에 담아 세계 어느 나라의 물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제주도의 맑은 물이든 알프스 계곡에서 흘러 나온 천연 광천수든 말이다. 전세계 생수산업은 연간 600억달러(약 8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하니 물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06년 기준으로 1인당 생수 소비량이 27.6갤런(약 104ℓ)에 달할 정도였으니 생수는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도 2006년 식수로 수돗물이나 정수기물 대신 생수를 이용하는 사람이 전 국민의 10.4%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생수에 열광하는 걸까.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ㆍ건강함ㆍ깨끗함의 느낌 때문에 우리는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값싼 물 대신 비싼 물을 일부러 찾아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환경ㆍ과학 전문 작가인 엘리자베스 로이트는 이런 생수의 이미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웰빙’의 이미지 속에 숨겨진 생수산업의 이면을 파헤쳤다. 미국에서는 매년 생수병을 만드는데 1,700만배럴의 석유를 쓰는데 이는 차량 130만대를 한 해 동안 움직일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수원지가 멀수록 생수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생수 회사가 병의 재활용에 무관심한 사이 재활용되지 못한 생수병은 매립지에 쌓여 독성물질을 배출한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수돗물을 꼽는다. 공공소유의 배수관을 통해 물이 나오는 바로 그 지역에 공급되며 하수를 남기지 않고 비용도 저렴한 수돗물이야말로 생수보다 훨씬 친환경적이며 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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