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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2월 24일] 개혁 필요한 신용평가기관

파이낸셜타임스 2월23일자

지금은 가면이 벗겨지고 있는 시대다. 과거 잘나갔던 숱한 사람들의 부끄러운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의 운명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이들 기관의 심각한 잘못으로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이 터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신용평가기관의 증권 리스크 평가업무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다. 그런 만큼 개혁작업이 필수적이다. 신용평가기관은 평가작업을 거친 증권에 투자하는 기관이 아니라 증권을 발행한 기관이 지불하는 수수료를 받아 유지된다. 이는 평가업무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려는 신용평가기관으로 하여금 기관의 독립적 판단을 버리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일례로 무디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속한 대부분의 기업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은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과점적 지위를 법적으로 보호해왔다. 하지만 신용평가기관의 이 같은 특권적 지위유지와 업무에서 파생되는 이해관계 상충이라는 문제를 손대지 않고서는 이들 기관을 개혁할 수 없다. 일단 신용평가기관이 되기 위한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평가 툴도 보다 개선될 것이다. 신용평가기관으로서의 승인 절차를 정기적으로 다시 밟도록 하는 것도 기관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 또 증권발행기관이 수수료를 내도록 돼 있는 현재의 비즈니스 체계도 바꾸어야 한다. 평가를 받는 쪽이 돈을 내야 하는 구조는 아무래도 객관적인 평가에 장애가 되기 쉽다. 금융위기를 통해 또 하나 얻은 교훈은 증권에 대한 개별적인 단순 평가로는 리스크를 제대로 감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은행들은 ‘AAA’ 등급을 받기 위해 개별 증권상품을 패키지로 묶었고 이는 리스크를 없앴다는 자기 확신으로 이어졌다. 신용평가기관들은 평가업무에 있어 이런 시스템적인 결함이 없는지 점검해서 보다 정교한 리스크 평가 툴을 만들어야 한다. 흔히들 투자자가 투자판단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신용평가기관으로 하여금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해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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