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최근 모기지 부실로 입은 자금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왕실이 익명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사연인즉, UBS는 지난 10일 익명의 중동 투자자로부터 20억스위스프랑(17억3,000만달러)의 자금수혈을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 자금의 출처가 사우디 왕족이며 그 배후에 술탄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왕세자 겸 국방장관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사우디 왕실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UBS측에 제공한 것은 은행 계열사와 왕족간의 오랜 친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UBS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150억달러를 대손감가상각으로 처리했으며,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SIC)으로부터 110억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UBS의 이 같은 회생방침은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GSIC는 이번 자금수혈로 UBS의 지분 9%를 얻었고, 사우디 투자자도 지분 2%를 취득해 양측 모두 은행의 대주주가 됐다. 막대한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 자본의 힘과 금융허브를 꿈꾸며 시장점유를 확대하는 싱가포르는 충분한 위협이 된다는 것. 이에 스위스 언론매체들은 "UBS가 또다른 UBS(Union Bank of Singapore:싱가포르연합은행)로 바뀌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투자자들은 해외투자자들이 앞으로 UBS의 실적관리 등 경영전반에 압력을 행사해 국내 주주들의 입지를 불리하게 할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주주총회에서 이들은 이번 자금에 대한 특별 회계감사 실시와 대손상각 처리된 150억달러에 대한 구체적 자료공개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UBS 기관투자자의 로비 단체인 에토스 재단의 도미니크 바이더맨은 "싱가포르와 같은 경쟁자에 이만큼의 지분을 준다는 것은 스위스 은행으로서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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