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선행을 베풀 때 생색을 내지 말고 겸손을 갖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야 받는 사람도 부담이 덜하고 나누는 쪽의 기쁨도 배가 된다. 이 말을 국내 게임업체에 대입하면 반쪽짜리 명언으로 전락한다. 나름대로 다양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다. 자사 홍보와 연계되거나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미국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문화재청과 손잡고 미국 허미티지박물관이 소장 중인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의 국내 반환을 이끌어냈다. 게임업체가 주력 사업과 거리가 있는 문화재 후원에 나선 것도 눈길을 끌지만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우리 문화재의 반환 작업에 외국계 기업이 참여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유럽의 변방 벨라루스에 본사를 둔 워게이밍은 지난해 육군본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육군이 주최한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에서 각종 전시장을 운영하고 육군 홍보영화 제작을 후원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소식이 전해지자 워게이밍의 국내 인지도는 단숨에 올라갔고 게임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라이엇게임즈와 워게이밍의 사례는 금액으로만 보면 국내 게임업체의 평균치에도 못 미친다. 푸르메재단의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후원하는 넥슨은 벌써 50억원 가까이 기부금을 냈고 엔씨소프트는 프로야구단과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을 운영하면서 매년 20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두 외국계 게임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사회공헌 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는 점에 있다. 소외계층을 돕고 게임 과몰입 방지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창의력이 기반인 게임산업의 특성을 살렸기에 더욱 성과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게임업체는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와 글로벌 기업의 공세라는 위기에 놓여 있다. 여기에 사회공헌 활동까지 외국 게임사에 판정패를 당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우리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잘 알도록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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