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이 정크(투자부적격)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 통화가치 급락, 정정불안, 물가상승 등 4중고에 시달리는 브라질 경제가 외국인 자금 이탈로 더 나락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강등했다. BBB-는 투자적격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 통상 12~18개월 후 신용등급도 강등된다. 무디스와 피치는 브라질 신용등급을 정크의 두 단계 위인 각각 'Baa2'와 'BBB'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올 들어 전망치를 '부정적'으로 내린 바 있어 조만간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016~2017년에는 최소한 한 곳 이상의 국제신용평가사가 브라질 등급을 투자부격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소형평가사인 오스틴레이팅은 브라질을 이미 정크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S&P의 전망 강등은 지난주 브라질 정부가 경기둔화에 따른 세수감소를 이유로 올해 재정흑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1%에서 0.15%로 낮춘 것이 결정적이었다. 브라질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62.5%로 매우 높은 가운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국채 투자 원리금 회수 위험이 높아진 셈이다.
이번 전망치 강등은 국채가격 하락 등을 촉발해 가뜩이나 취약한 브라질 경제에 타격을 줄 게 뻔하다. 실제 이날 외국인 자금 이탈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2%가량 급락했다. 헤알화 가치는 중국 등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로 올 들어 22%나 폭락하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발 리스크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남아공 랜드화 가치가 각각 17년·13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다른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정정불안이 최대 리스크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제감면 축소, 보조금 삭감 등의 개혁정책을 내놓았지만 의회와 노조 등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실행 가능성이 회의적이다. 더구나 역대 최대 비리 스캔들인 국영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 사태, 지난 2014년 대선 당시 불법자금 의혹 등으로 더욱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7.7%로 추락했고 탄핵 찬성 의견도 62.8%에 달한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가속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리더십마저 실종된 셈이다. 또 올해 GDP 성장률이 2%로 예상되지만 통화가치 하락, 9%가 넘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통화완화 정책을 펼 수도 없는 처지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3.75%로 0.50%포인트 인상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여섯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블룸버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브라질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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