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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선, 땜질로는 안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에서 불붙은 국민연금 무용론이 폐지론으로 발전, 촛불시위로 번질 조짐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은 부랴부랴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국민연금의 8대 비밀’에 기초한 반대론자들의 불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오는 2047년이면 기금 자체가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지난해 ‘더 내고 덜 받는’ 제도개선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푼돈 연금’이라는 무용론이 급격하게 확산됐다. ‘적게 내고 많이 타는’ 왜곡된 제도를 지난 88년 출범시킨 뒤 15년이나 지나서야 재정추계를 다시 한 당국의 직무유기가 으뜸가는 불신요인이다. 다음으로 99년부터 전국민 연금시대를 열었으나 최근 국내경기가 악화되자 지역가입자의 절반 가까이가 체납자 및 유예자 등 납부예외자가 됨으로써 정상적인 납부자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현장에서의 납부강요나 재직자 노령연금의 지급시기, 반환일시금의 상속 여부 등 불만의 소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런 종류의 부분적인 불신은 법 개정으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개선안이 다시 정상적인 납부자들의 불만을 사고 후세대의 부담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금상한액 납입 대상을 월소득 420만원으로 높일 경우 단순히 고소득자의 납부액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장차 지급될 급여액도 늘어나 결국 연금재정의 안정이나 소득재분배 기능에 별로 기여가 안된다. 결국 국민연금에 대한 현재의 불신은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입법할 기업연금제도나 그 동안 여러 차례 도입 논란을 벌인 기초연금제 및 비례연금제 등을 포함한 폭 넓은 검토가 이뤄진 뒤 국민적 합의가 성숙돼야 해소될 것이다. 현재처럼 2047년 고갈되는 연금재정을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더 내고 덜 받는’ 개선안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해서는 국민 불신만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 더욱이 국민 대다수가 국민연금을 저축성 보험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편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국민연금은 계속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유족연금 지급정지에 대한 불만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불신을 땜질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근원적인 재검토에 나서기 바란다. 기업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급여액을 충분히 늘려 ‘푼돈 연금’의 오명에서 벗어나는 방안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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