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두 시간 가까이 별도 회담을 가지고 이란 및 시리아 문제 등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달 푸틴의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첫 방문국으로 미국(5월 중순에 미국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을 선택하지 않고 중국을 찾아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다는 국제사회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열려 주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두 정상은 일단 외견상으로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우선 이란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핵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이들은 "이란은 자국이 진행 중인 핵개발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국제사회가 믿게 하려면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는데 미국과 러시아가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폭력 사태 해결에 대해서도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다.
양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시리아 폭력 사태 종식과 휴전,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한편 유엔-아랍연맹(AL) 특사인 코피 아난이 수립한 시리아 평화 계획을 지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전을 막을 수 있는 정치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도 "앞으로 시리아 폭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양국이 마찰을 빚어 온 미국의 유럽 미사일 방어망 배치 계획에 대해서도 '공동 해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미사일 방어 분야에서의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공동 탐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 유럽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러시아는 자국을 겨냥 또는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그렇지 않다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두 정상은 또한 2010년 푸틴 대통령의 전임인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맺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의 상호 이행도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동이 끝나고 나서 "내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이에 관해 많은 공통의 견해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진솔하고 사려 깊은, 그리고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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