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부터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이 반부패·반정부 시위에서는 그동안 이라크 종교지도자의 사진이 담긴 피켓만 볼 수 있었다. 이라크 현지 언론 나카시는 9일(현지시간) “여성의 사진이 시위에 쓰인 것은 이라크 사상 처음”이라며 “이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어떤 시위 참가자는 이라크 국기 대신 독일 국기를 흔들기도 했으며 메르켈의 사진에 입을 맞추는 이들도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타흐리르 광장이 시리아·이라크 난민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결단을 한 메르켈 총리에 대한 감사와 칭송으로 넘쳐났다고 묘사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 있던 이라크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메르켈이 이라크 의회보다 백번 낫다”, “신이시여, 우리에게 메르켈과 같은 지도자를 주소서”, “고마워요 메르켈”과 같은 글을 올렸다. 이라크 블로거 자예드 카심은 “바그다드 시민들이 ‘메르켈은 그 누구보다도 고귀하다’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고 전했다. 사헤르라는 바그다드 시민은 트위터에 “전혀 관계없는 나라의 한 여성이 이라크 정치인보다 이라크 국민을 더 보살피고 있다”며 “이라크 정치인들은 파괴와 재앙만 우리에게 줬다”고 비난했다.
현지 언론들은 타흐리르 광장에 나온 여러 시민이 형편만 되면 독일로 가고싶다고 말했다면서 메르켈 총리의 정치력 때문에 이라크 정치인의 무능이 한층 더 부각 됐다고 비판했다. 메르켈은 현재 아랍권에서 7세기 악숨왕국(현재의 에티오피아 지역)의 알나자시 왕과 비교될 정도다. 알나자시 왕은 이슬람의 발아기에 메카를 지배하는 기득권층인 쿠라이시 부족의 핍박을 피해 사막과 홍해를 건너 겨우 도망친 무슬림을 받아들인 인물이다.
현지 언론 나카시는 이라크에선 메르켈의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저장해 놓은 사람도 생길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로거 카심은 “이런 정서는 아랍세계에 메아리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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