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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성정장 가격거품 빠질까
입력2007-08-23 17:22:17
수정
2007.08.23 17:22:17
롯데백화점이 남성정장을 판매할 때 가격표시나 광고의 공정성을 준수해 임의로 할인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그린 프라이스(Green Price)’ 제도를 10월부터 도입하기로 하면서 남성정장 값이 내려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간 250일이나 되던 남성정장 업체들의 세일을 법정 세일 기간인 120일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기간에는 정상가로 판매하도록 하면 남성복 제조업체들이 미리 세일까지 감안해 정장에 과도하게 부과하던 마진을 줄임으로써 1∼2년내 정장 가격이 20% 가량 내려갈 것이라는 게 롯데백화점 측 설명이다. 세일기간을 축소하면 당장 제조업체는 매출이 줄고 소비자들은 구입비용이 늘게 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 신뢰 회복으로 다시 매출이 늘어나 유통업체ㆍ제조업체ㆍ소비자 모두 윈윈 효과가 있다는 것.
그동안 남성정장은 상시 할인판매로 소비자들로부터 판매가격에 대한 강한 불신을 받아왔다. 당연히 소비자들 사이에선 ‘양복을 정상가에 사면 바보’라는 말이 나왔다. 제일모직ㆍLG패션ㆍ코오롱패션 등 주요 남성복 업체들도 “좋은 취지에서 시행하는 것인 만큼 유통업체와 브랜드 간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세일기간과 할인율에 관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동참할 의사가 있다”며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남성복 업체들로서는 정상가 판매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임의 할인 판매가 관례화되면서 고객 불신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롯데백화점의 그린 프라이스 제도가 다른 백화점에까지 영향을 미쳐 중장기적으로 실질적인 제품 가격 인하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낙관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정장 가격은 원단ㆍ부자재ㆍ공임 등 원가가 30%, 관리ㆍ운영비와 마케팅 비용이 35%, 백화점 수수료가 35% 가량을 차지한다. 제품가격 인하를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마케팅비용을 줄이는 제조업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는 남성정장 가격 거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남성복 업체들이 “양복을 비싸게 팔아 정작 이익을 본 곳은 유통업체”라고 주장하며 높은 백화점 수수료를 거품 논란의 주범으로 지목해왔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롯데백화점은 그린 프라이스 제도를 잘 지키는 브랜드에 대해 연간 1% 정도 수수료를 깎아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이 정도로는 미진하다. 진정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보다 실효성 높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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