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미국 경기침체와 원유재고 증가에 따른 수급안정 기대감으로 2개월 반 만에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3년 만에 최고수준으로 늘어난데다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 외로 부진하자 원유수요 증가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며 유가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가능성 시사와 휘발유 가격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유가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큰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하향안정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05달러(4%) 떨어진 49.72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18일 이후 처음이다. WTI는 지난 주에만 11.4% 하락했으며 지난 4월4일 기록한 사상최고치(58.28달러)에 비해서는 15% 떨어졌다. 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무연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7.4센트(4.8%) 하락하며 WTI 가격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 런던 국제 석유거래소(IPE)의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1.88달러(3.6%) 떨어진 50.60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에도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이 55명의 원유시장 애널리스트 및 투자전략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명(58%)이 이번 주 유가의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반면 유가상승을 점친 전문가는 12명(22%)에 그쳤다. 경제연구소인 리터부시 앤 어소시에이츠의 제임스 리터부시 사장은 “원유시장의 초점이 휘발유가격에 맞춰져 있는 가운데 5월 인도분 휘발유 선물가격이 추락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유가가 상당 기간 50달러를 밑돌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린치 미 에너지경제전략연구소장도 “미국의 풍부한 원유재고와 세계 원유수요 둔화, 악화되는 미국 및 유럽경제 등을 감안할 때 유가가 오를 만한 재료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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