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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학 하면 따분하고 재미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윤리학은 현실세계에서 결부되지 않는 사건이 없어요. 윤리학에 쉽게 접근하려면 여러분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소재로 출발하면 됩니다. 좋아하는 게 뭐죠?”
5일 마포구에 위치한 광성고 대회의실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이창후 성균관대 교수의 고인돌 강좌 ‘영화로 읽는 윤리학’을 듣기 위해 자리했다. 자칫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윤리학을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 영화라는 수단을 선택한 이 교수는 학생들의 재미와 관심사로 윤리적인 주제를 모아갔다.
한 학생이 “축구요”라고 대답했고 이 교수는 1995년 미국 TV abc가 선정한 ‘월드 베스트 골 20(World best goal 20)’ 영상을 보면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이날 강의는 마포평생학습관이 인근 학교와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스트라이커의 깔끔한 골이 성공할 때마다 학생들은 탄성을 내뱉었고, 금새 비디오는 끝났다. 이 교수는 축구경기장에서도 윤리학이 등장한다며 강의를 계속했다.
“수비수와 공격수 간의 경쟁에서 반칙을 해도 될까요? 박지성 선수는 오판도 경기의 일부이며 반칙도 경기의 일부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상대선수의 어깨는 물어뜯어도 될까요?”
이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의 고개는 갸우뚱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생각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 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이 사고의 기준을 잘못 선정한다면, 부모와 학교의 보호를 벗어났을 때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대학을 들어가면 당장 하지말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보이기 시작하죠. 그때 자신만의 기준이 없다면 나도 해도 되나보다는 생각이 드는거죠.”
이 교수는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차근히 풀어나갔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내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더 잘 생각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축구를 잘 하는 것과 공부를 잘하는 것에도 공통점이 있어요. 단순하고 정확한 활동이 뒷받침되어준다는거죠.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는 골대 앞에서 군더더기가 없어요.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행동을 짧은 시간에 해결하죠.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공부를 해서 무엇이 되고싶은지를 알게 된다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얼마나 해야하는지를 알게 되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윤리학의 출발입니다. 하고 싶은 생각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습은 가깝게는 논술에 도움이 되고 크게는 여러분의 인생을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는 생각이란 가능하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교 수업방식과는 다소 동떨어진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강의에 학생들은 다소 어리둥절했지만, 자신의 꿈이 보다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공감해 나갔다. 이 교수의 강의는 광성고에서 9월 19일까지 세 차례 열린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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