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법 전문가인 임세훈 서울 양화초등학교 교장은 방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이가 배움에 흥미를 느끼는 것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임 교장의 설명이다. 부모는 감독 역할 대신 '퍼실리테이터(조정자)'의 역할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도 없이도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본 사례는 많다. 이른바 '벽 속의 구멍' 실험이다. 인도의 델리 빈민가에 아이들이 자주 노는 한 건물 벽에 구멍을 뚫고 컴퓨터를 설치했다. 아이들은 영어를 읽지 못했고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저 컴퓨터를 설치한 게 전부였고 컴퓨터 활용교육도 없었다. 하지만 얼마 후 아이들은 이 신기한 컴퓨터에 스스로 접근해 몇 시간씩 조작법을 익혀나갔다. 여기에 어른들이 격려를 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같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컴퓨터에 대학 수준의 분자생물학 영역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했을 때도 결과는 놀라웠다. 어른들은 분자생물학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잘한다'고 격려만 했다. 그러나 몇 달 뒤에 한 아이는 "DNA분자의 부정확한 복제가 유전병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교육학자인 수가타 미트라 교수가 고안한 '자기구조화 학습법(self organized learning)'의 사례다.
가정 내 학습에서도 마찬가지다. 수학과 영어 과목의 학습놀이를 하는 경우 부모는 놀이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충분히 배움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아이가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