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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문화 생태계 살리기


오래 전 일이지만 한동안 황소개구리가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해 퇴치운동이 일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용하다. 자연의 평형성 원리로 미꾸라지가 알을, 너구리가 황소개구리를 잡아먹으면서 스스로 균형을 찾은 때문이라 한다. 자연은 이렇듯 스스로 치유능력과 평형능력을 가졌다.

요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도 유통생태계환경의 파괴가 원인이었다. SSM이 문을 열면서 동네슈퍼 등 중소유통업체 79%의 경영이 악화됐다니 SSM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SSM의 위력은 대단해서 건전한 또는 소박한 문화예술생태계도 동시에 파괴하는 것이 현실이다.

동네주변 상가를 살펴보면 작은 동네슈퍼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작은 피아노ㆍ성악ㆍ서예ㆍ미술학원ㆍ화실ㆍ글짓기ㆍ노래ㆍ요가ㆍ댄스교실 등등도 찾아볼 수가 없다. 거의 모두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는 SSM이 들어와 소위 '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온갖 강좌를 마련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미술은 물론 디자인ㆍ체험ㆍ과학ㆍ멘토링ㆍ상상력에 과학 분야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취미교실까지 망라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온갖 예체능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문화예술교육위원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것도 '문화복지'라는 이름으로 거의 헐값으로 말이다.



이런 일이 지난 수년간 진행되면서 그간 문화예술인들이 생계를 꾸리고 자신의 작업을 영위할 수 있던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과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운영난에 처하게 되면서 문을 닫았다. 이제 SSM이나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의 문화센터 강사자리나 주민센터 강사자리를 알아보거나 이마저도 어려우면 예술과는 먼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자존심 때문에 내색하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동네상권이 파괴되는 것만 봤을 뿐 문화예술계의 기본적인 구조가 망가지는 사실은 그동안 모르고 지냈다. 밖으로 보기에는 조용했으니 별일 없는 줄 알았던 게다.

현실이 이렇지만 정부와 자치단체는 문화예술인을 지원한다며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이나 각종 지원사업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스스로 나서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순환하던 문화예술계의 생태계는 망각한 채 말이다. 한편에서는 문화예술생태계를 파괴하면서 한편으로는 세금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병 주고 약 주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복지도 지원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의 생태계 복원이 최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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