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선릉과 분당 오리를 연결하는 전철 분당선의 정자역 주변이 ‘제2의 테헤란밸리’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값비싼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자리잡아 분당의 대표적인 ‘부자동네’가 된데 이어 국내외 유명 벤처회사들이 정자역 인근 벤처타운에 둥지를 틀면서 흡사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를 닮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자역 주변은 분당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신역세권으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 2호선 강남역과 정자역간 18.5km를 연결할 신분당선이 지난해 착공돼 오는 2010년 개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강남ㆍ양재ㆍ포이ㆍ청계ㆍ정자 등 6개 역으로 구성되는 신분당선이 뚫리면 정자역에서 2개 전철노선을 이용해 강남진입이 가능하다. 또 신분당선을 탈 경우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강남 진입시간을 현 분당선(37분)의 절반 가까이로 단축할 수 있다. 이는 강남의 ‘테헤란밸리’가 분당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교통망은 정자역 주변이 벤처타운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정자동에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속속 입주한 SK파크뷰(1,829가구), 현대아이파크(1,071가구), 삼성미켈란쉐르빌(803가구) 등 주상복합 아파트와 두산위브파빌리온(1,549가구), 동양파라곤Ⅰ(1,113가구), 대림아크로텔(1,035가구) 등 오피스텔이 탄천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정자역 광장에 위치한 벤처타운내 킨스타워에는 NHN과 SK CNC 등 한국기업은 물론 독일의 첨단의료기기 생산업체인 지멘스사, 무선통신 반도체 칩 생산업체인 미국 액세스텔사, 내셔널세미컨덕터사, 인텔사 등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정자역을 중심으로 한 상권 형성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시세가 평당 3,000만~4,000만원 정도 하는 집에 사는 부유층 수요에 맞춰 크라이슬러ㆍ재규어 등 수입차 매장과 오일릴리ㆍBCBG 등 해외명품 의류점, 일식 퓨전 뷔페 레스토랑 ‘블루코스트’ 등 고급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주상복합건물 동양파라곤과 성원상떼뷰리젠시 사이 골목의 4차선 도로 양쪽에 카페ㆍ레스토랑ㆍ옷가게ㆍ인테리어숍ㆍ꽃집 등이 줄지어 서 있는 유럽풍 카페거리까지 조성돼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엔 원정 관광객들까지 찾아 북적대는 이곳은 서울의 부촌(富村) ‘청담동’이 부럽지 않다고 해서 ‘분당의 청담동’, ‘분당 베벌리힐스’라고 불린다. 주민들중엔 청담동과 정자동에서 한 자씩 떼어내 ‘청자동 거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자동 오피스텔과 상가 임대료가 이미 크게 치솟았다. 오피스텔 임대료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이맘 때보다 최고 30% 올랐다. 동양파라곤 30평형대의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100만~15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0만~30만원 정도 비싸다.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22평형의 경우 전세물건은 찾기가 어렵다. 매매가도 크게 뛰어 분양가의 2배에 달하는 웃돈이 붙었다. 지난해 입주한 두산 위브 파빌리온 42평형은 2억원 안팎에 분양됐으나 지금은 4억~5억원 정도에 거래된다. 정자동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은 편이다. 정자동으로 옮겨온 일부 벤처회사들은 벤처타운에 충분한 사무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인근 다른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한달 이상 공실로 남아 있는 오피스텔도 많지 않다. 정자동에 새로 지을 오피스텔이 없는 대신 많은 회사들이 이곳으로 이주를 희망해 오피스텔 가격이 당분간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게 주변 중개업소측의 설명이다. 상가의 경우 정자역 주변에 위치한 대로변 1층 10평짜리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300만원 정도이다. 백화점 삼성플라자 등이 위치해 분당의 최고 상권으로 꼽히는 서현동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벤처공인 관계자는 “정자동 상가의 임대료 시세는 2년 전 입주한 세입자들이 최근 한꺼번에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주춤해 연간 수익률 7%를 내기 어렵다”며 “그러나 앞으로 1~2년 지나면 상권이 제대로 자리잡아 연간 수익률이 7%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상복합아파트의 시세도 급등했다. 일대에서 가장 비싼 SK파크뷰 71평형은 현재 28억~29억원으로 평당 4,000만원을 호가한다. 33평형은 11억원 정도에 이따금 거래된다. 그러나 60평형대 이상은 매물이 거의 없다. 실제로 올해 들어 대형 평형의 거래는 단 2건에 불과했다. 현대아이파크와 삼성미켈란쉐르빌 등도 평당 3,000만원에 가까워 분당의 입지가 좋은 편인 다른 일반아파트보다 1,000만원 정도 비싸다. 현대아이파크 65평형은 현재 17억~18억원선에 매물이 나오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최근 매물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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