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임금협상에서 정기상여금을 퇴직자에게까지 지급하도록 바꿀 것이라는 노조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기업들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각종 수당들도 퇴직자에게까지 일할 계산해 지급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를 막을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한달을 넘는 상여금·수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기존 고용부의 지침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산업현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갖 상여금·수당에 대해 재직자 지급 요건과 그 실질적인 지급 실태까지 일일이 따지고 들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은 1개월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한 지침이 훨씬 명확하고 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1임금지급기 기준을 되살리거나 아예 새로운 통상임금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의칙 적용 시기도 갈등이 첨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합의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가 있었을 경우 추가 임금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노사합의가 있었음에도 통상임금을 확대해서 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노사 간 신의칙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신의칙이 언제까지 적용되는지 여부다. 노동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해 12월18일 이후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18일 이후부터는 즉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어 임금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지난 7일 '통상임금 사업장 대응지침'을 소속 사업장에 내려 "각 사업장에서는 최소한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는 조정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시간외근로수당 등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날 고용부 노사지도 지침이 신의칙 적용 시기는 이전 노사합의가 끝날 때까지라고 명시하기는 했지만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지침을 고칠 것을 계속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다.
특히 올 임단협은 통상임금 이슈 외에도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올 한해 이슈로 떠오른 사안들이 한꺼번에 단체협상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보여 일대 혼란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송전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에 대한 소송 제기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과거 최대 3년간의 소급분을 요구하는 소송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노사합의가 있었을 경우에는 추가적인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노사합의의 범위도 묵시적인 합의나 단순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도 포함했다.
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에도 임금 추가 청구를 못하도록 했다.
그 예로 △상시적 초과근로 △정기상여금 600% 초과 △추가 지급시 실질임금 인상률이 교섭 당시 예정한 임금 인상률을 훨씬 초과 △연차휴가수당이 증가 △임금교섭 실태 △예상치 못한 과도한 지출 △추가 지급시의 실질임금 인상률과 과거 수년간의 평균치 비교 △순이익의 대부분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 사정 등 비교적 폭넓게 인정했다.
노동계의 한 전문가는 "통상임금 소송을 거는 것이 비교적 까다로운 것은 맞지만 노사합의나 경영상 어려움이나 해석이 애매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과거 소급분을 요구하는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무송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관은 "대법원 판결도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춰 판결을 내린 만큼 노사가 통상임금으로 인한 다툼과 갈등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번 사태를 기회로 노사가 힘을 모아 복잡다단한 임금체계 개선과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는 윈윈의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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