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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자본통제' 도입설 해프닝

대규모 자본유출·루블화 끝없는 추락…

블룸버그 보도에 루블화 또 폭락

중앙은행 성명 내며 즉각 부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제재에 따른 여파로 심각한 자본유출과 루블화 폭락을 겪으면서 자본통제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를 즉각 부인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는 러시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짧은 성명을 내 "국가 간 자본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최근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시장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려는 조치"라고 전했지만 특정 정책의 검토 여부를 성명까지 내가며 해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의 자본유출 정도가 심해지면서 중앙은행이 일시적 자본통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행시점과 수위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는 예방 차원이며 자본유출이 심각하게 늘어날 때만 쓰일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 소식에 루블화는 더 떨어졌다. 이날 달러와 유로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 대비 루블화 환율은 장중 44.47루블까지 올라 (루블화 가치 하락)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선인 44.40루블을 넘겼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도 이날 하루 0.39%나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지난 2006년 자본시장 통제완화 이후 해외 자본 투자가 급증하는 혜택을 받은 만큼 당장 자본통제가 실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오사콥스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한 달에 200억달러 이상 줄어들 정도가 아니라면 실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소동은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제재에 따른 자본유출 등 경제적 충격이 감당할 수준을 넘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로의 자금유출 규모는 1·4분기 488억달러, 2·4분기 258억달러에 달하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 한해 유출액은 1,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64%나 늘어난 수치다. 알렉세이 베데프 러시아 경제부 차관은 "자본유출액이 최대 1,2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방이 대러 제재를 당분간 풀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러시아 경제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든다. EU는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이 휴전상태지만 제재를 거두긴 이르다"라며 대러 금융·에너지·국방 분야 경제제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 EU 회원국 외교관은 "회의에서 대러 제재를 완화하자는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세계은행(WB)은 24일 낸 보고서에서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0.5%로 전망했으며 내년에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최악의 경우 -0.9%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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